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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다  

프랑스 서부 골페시에 있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30일(현지시간)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EDF는 프랑스 전역에서 모두 58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서부 골페시에 있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30일(현지시간)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EDF는 프랑스 전역에서 모두 58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지난해 말 세계적으로 가동중인 원전은 450기에 이른다. 건설중인 신규원전은 53기다. 원자력발전을 하는 나라가 30개국에 달한다. 아직 원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28개국이 대열에 합류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건설 예정인 원전만 109기에 이른다. 건설 검토 단계에 있는 원전은 330기다. 우리가 아무리 원전 없는 세상을 외쳐도 세계는 원전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일찌감치 원전 비중 축소에 나섰던 나라들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이미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는 60년이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터키 포인트 3·4호기 원전수명을 80년으로 연장했다. 프랑스는 유럽형 3세대 원전 6기의 건설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에 차세대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3년 탈원전 선언후 전력난에 시달리던 벨기에에서도 원전 수명을 연장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EU 전체가 원전 비중 축소에서 원전에 의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시 원전이 주목받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젠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쓰일 정도로 지구촌은 위협받고 있다. 원자력은 현존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에너지효율이 높으면서 온실가스 같은 오염물질 배출은 거의 없다. 원전을 폐쇄하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라는 EU의 목표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원전 비중을 줄이겠다던 EU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기후 변화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유다. EU가 방향을 튼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기후위기엔 우리나라도 큰 몫을 한다. 한국은 세계 7위 CO₂ 배출국이다.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총 61위까지 매기는 순위 중 58위다. 유엔이 '배출량 격차 보고서(EGR) 2019'에서 한국을 종전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국가 명단에 올렸을 정도다.

기후위기를 막는데 원자력 이상의 대안은 없다. 위기의 주범인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에너지원을 무한정 태울 수 없다면 대안은 원전뿐이다. 원전의 효율은 석탄화력발전보다 300만배 좋다. 1기가와트(GW·100만k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농축우라늄 21t이면 된다. 같은 전력을 얻기 위해 LNG는 95만t, 석유는 115만t, 석탄은 235만t을 태워야 한다. 1GW 전력을 얻기 위해 원전 설비 면적 0.92㎢로 족하다면 태양광은 15.62㎢가 있어야 한다.

준비 안 된 나라의 위기가 준비된 나라에서는 기회가 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추정하는 향후 30년간 글로벌 원전 건설시장 규모는 약 500~60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지난 60년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로를 만들어냈다. 제3세대 원자로 APR-1400은 유럽사업자 요건인증(EUR)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증을 모두 받은 세계 유일의 원자로다. 한국이 바라카 원전 1기를 건설하는데 약 6조원이 들었다면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검토중인 프랑스는 1기당 10조원의 비용을 예상한다. 한국은 준비된 나라다. 다만 그 기회를 날리고 있을 뿐이다.

탈원전이 한국에겐 위기가 되고 중국과 러시아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들이 가진 원자로는 우리 것에 비해 결코 안전하지 않다. 러시아는 유럽 인증만 받았고, 중국은 어느 곳으로부터도 인증을 받지 못했다. 중국은 48기의 원자로를 운영 중이고 11기의 원자로를 짓고 있다. 파키스탄에 원전을 수출하기까지 했다. 러시아는 중국 터키 등 해외에서만 앞으로 10년간 1천335억달러(약 160조원)상당의 일거리를 따놓았다. 사고가 터진다면 우리 원자로가 아니라 이들 원자로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은 황해안을 따라 원전을 짓고 있다. 사고시 우리나라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우리는 안전성도 보장 받지 못하면서 경제성도 날리고 있다.

우리가 탈원전을 고집하든 않든, 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회피할 것이 아니라 주도해야 한다. 1·2세대 원자로를 갖고도 "40년동안 사고 한 번 없었다"고 자랑한 대통령이다. 세계가 인정한 3세대 이상의 원자로를 썩혀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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