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자년에는 독수다서 어떠세요?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영상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영상을 통한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뒷전에 밀린지 오래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는 푸념이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평소 영상매체 보다는 책을 즐겨보는 필자에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 흥미로운 TV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스테디셀러 책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잔잔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그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책은 쉽게! 두꺼운 책은 가볍게! 지루한 책은 재미있게!'를 모토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들과 함께 수다로 독서를 풀어낸다.

책이라는 아날로그 콘텐츠와 영상이라는 디지털 매체와의 만남이 매력적이다. 징비록, 군주론, 백범일지, 넛지, 총균쇠, 사피엔스, 신곡, 이기적 유전자 등 제목만으로는 너무나 친숙한 책이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도서를 다룬다. 이 프로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는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여러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인문고전 독서토론회 '리케이온'과 유사한 점이 많아 더 큰 관심이 간다. 금융, IT산업, 의료, 컨설팅,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리케이온' 독서토론회에서는 하나의 주제에도 각 분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 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서부터 다양한 계층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들과의 대화 주제, 소재, 내용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속내를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서토론에서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평상시 좀처럼 꺼낼 수 없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서 상대방과 진정으로 소통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나를 스스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상대방을 통해 투영된 내 삶의 방향을 읽기도 한다. 물론 상대방과의 친밀도가 훨씬 깊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책은 그저 매개일 뿐이고 궁극에는 우리 삶이 대화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독서토론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경자년 새해를 맞아 올해의 버킷리스트에 독서토론을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토론이 여의치 않다면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가벼운 독서수다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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