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경전, 산 이들의 이야기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명작으로 알려진 책들을 읽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고전부터 읽어야 한다"는 말은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늘 들어온 말이고 나름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해 온 말이다. 고전 중에서도 성경, 불경, 논어, 도덕경, 장자는 독서의 최우선 순위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논어와 도덕경은 문학이나 철학 서적을 읽듯이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며 실천하려고 결심하는 정도에 머물러도 된다. 그리스도교의 성경도 그렇게 읽어도 된다. 어렵지도 않아서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다. 불경도 한문으로 된 것은 언어문제 때문에 읽기가 어렵지,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유교와 도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종교라기보다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굳이 신앙적 자세로 이들을 대하라고 요구하는 곳은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와 불교라는 대단히 큰 종교의 경전인 성경과 불경은 문학 서적을 대하듯 하고 만다면 아직 표면에 머무는 것이 되기에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읽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까지 언급하자면 할 말이 너무 많아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성경과 불경도 결국 살아 있던 사람들이 한 말과 행적을 살아 있던 사람들이 기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불경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이후 80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살아 있던 45년 동안 한 말과 행적을 기록한 것을 기본으로 하여 이후 많은 사람들이 덧붙인 것이다. 여기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나 세상을 떠난 사람은 어떤 기여도 할 수 없었다. 그러한 것을 단순히 읽기만 한 사람, 다른 언어로 번역한 사람, 상당히 복잡했을 출판과정에 기여한 사람들. 모두 살아 있던 사람이 한 것이고,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이 읽고 해석하고 실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성경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성경이 기록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모습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에 걸쳐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출발점으로 하여 많은 수의 편지글과 묵시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신약성경이 모두 기록되는 데는 수십 년의 시간과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수고를 했다. 이 역시 당시 살아 있던 사람들이 한 것이다. 신약성경에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한 예수가 부활했고 제자들과 만나 함께 먹기도 하고 대화를 했다는 초자연적인 사실에 대한 보도가 있지만 이 역시 당시 살아 있던 사람들이 기록했다.

오늘날 내가 불경과 성경을 읽을 수 있기까지 지난 2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수의 살아 있던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가고 오늘날 살아 있는 내가 이것을 읽으면서 문학 서적으로 읽는 것을 넘어 신앙의 차원으로 읽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내용들로 구성된 글들이다. 그리고 결국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하면 옳게 살 수 있을 것인가를 알기 위해 읽는다. 죽어서 천국 가기 위해서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하는 경우에도 결국 이 땅에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성경과 불경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고 살아 있는 내가 성경과 불경을 읽는 이유다. 나는 이 땅에서 한 개인으로서 살고 있고, 또한 살아 있는 개인들로 구성된 단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개인인 내가 혼자 있을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이웃 사람들과 더불어 있을 때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 이것이 관건이고 성경과 불경에서 하고 있는 말들도 이것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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