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이는 중요치 않아" 2020 소비 스타일 '에이지리스'

나이 초월해 자신만의 스타일 추구하는 新 소비계층 에이지리스(Ageless)
드론 사는 5060, 턴테이블 사는 2030…업종 구분 없는 에이지리스
백화점에도 불어닥친 에이지리스 열풍, 패션 편집숍 확대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오픈한 에이지리스 패션 편집숍 코너스. 현대백화점 제공.

2020년 새해 소비 트렌드로 '에이지리스'(Ageless)가 뜬다. 연령대별 인기 품목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나이를 초월해 자신만의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신 소비계층을 일컫는 에이지리스 현상이 쇼핑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드론을 구입하는 중장년, 턴테이블을 사는 젊은이가 대표적인 에이지리스 소비자다. 백화점에도 숙녀복과 캐주얼의 구분이 희미해지며 나이 구분없는 패션 편집숍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IT·패션·음악·화장품, 업종 구분없이 불어닥친 에이지리스

에이지리스를 주도하는 나이대는 40~60대의 중장년층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새로운 문화에 거리낌이 없는 중장년층이 IT·디지털기기에 큰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20대의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픈 이들은 과감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젊은층 역시 복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취미 활동으로 화폐·주화·우표 등을 수집한다거나 턴테이블을 관심을 보이고,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안티에이징 화장품이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G마켓이 최근 대표적인 연령별 선호 상품군의 판매 증감률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런 소비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G마켓은 10~30대를 젊은 층, 40~60대를 중장년층으로 구분해 2016년과 2019년의 연간 구입품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취미 생활 변화에 따라 IT·디지털기기 수요가 3년 전과 비교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은 82%,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입은 33% 증가했다. 특히 헬리캠(카메라가 장착된 헬리콥터형 드론)과 같은 드론을 구입한 중장년층은 무려 155% 늘었고, 젊은 층의 필수품이 된 블루투스 이어폰 구입도 165% 증가했다. 패션 분야에서도 중장년층의 미니스커트 구입이 126%나 늘었다.

복고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소비 경향은 3년 동안 더욱 강화됐다. 복고 취미활동의 대명사인 화폐·주화·우표 등 수집품의 젊은층 소비는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그라들지 않는 엘피(LP)판 열풍으로 젊은 층의 턴테이블 구입은 61% 늘었고, 오디오·라디오 수요도 25% 증가했다. 캐주얼 한복의 수요는 19% 올랐다.

화장품 업계에도 에이지리스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안티에이징 화장품 수요는 중장년층에 집중됐지만, 미세먼지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부각되고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스트레스·수면부족 등 젊은 층의 피부 고민이 커지면서 일찍부터 노화관리에 신경쓰는 젊은층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화장품 업체도 더이상 안티에이징이 중장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20대를 겨냥해 노화 방지 성분을 함유한 주름 개선 크림, 토너 등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엽 G마켓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문화적 교차로 인한 에이지리스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화점에도 에이지리스 패션 편집숍 확대

오프라인에서도 에이지리스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백화점이 영캐주얼에 눈을 돌리는 중년의 취향과 복고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층을 고려해 나이 구분없이 옷을 선택할 수 있는 패션 편집숍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층별로 연령별 패션이 나뉘어졌지만 이젠 이런 층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모든 연령을 위한 여성 에이지리스 편집숍 '코너스'를 순차적으로 오픈하고 있다. 코너스는 지난해 10월 목동점을 시작으로 11월에는 판교점에 문을 열었고, 올해 3월 신촌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대구점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너스 오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너스는 고급 패션잡화 브랜드 '아임제이'와 가성비 좋은 캐주얼 브랜드 '더 베이지스', 디자이너 쥬얼리 브랜드 '쌀뤼드미엘'과 생활잡화 브랜드 '하니니키친' 등을 두루 취급하며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에이지리스 매장 엘리든 플레이.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오픈한 에이지리스 패션 편집숍 코너스. 현대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자체 의류 편집숍 '엘리든'을 꾸준히 확대중이다. 연령별·가격별·성별로 엘리든, 엘리든 플레이, 엘리든 스튜디오, 엘리든 맨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지난 2016년 5월 입점한 엘리든 플레이는 매년 10~15%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본점·월드타워점, 부산 본점·센텀시티점 등에 입점한 엘리든은 지난 2018년 기준 평균 15.7%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11월 지하 1층 매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여성패션 콘셉트 스토어 '라운지 B'를 오픈했다. 라운지 B 또한 연령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이 찾을 수 있는 에이지리스 매장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나이 구분이 없는 에이지리스 패션 매장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며 "나이를 기준으로 매장을 구분했던 백화점이 고객 취향을 위주로 구성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에이지리스 매장 엘리든 플레이.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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