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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1>국운수왕(國運隨王)

임종대
임종대

매일신문은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고사성어는 옛날에 있었던 일(古事)에서 유래해 관용적인 뜻으로 굳어 쓰이는 글귀(成語)입니다. 고사성어는 중국산 일색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한국 고사성어가 수두룩합니다. 임종대 (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가 이땅에서 태어난 고사성어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합니다.

국운수왕(國運隨王)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흰쥐의 해다. 쥐는 물과 불을 아는 영물로 사고를 미리 알고 배에서 뛰어내린다. 쥐는 12지지(地支) 중 가장 앞에 있는, 으뜸 동물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과 번식을 이어나간다. 세종실록을 보면 흰 쥐가 길한 동물이라는 내용이 있다. 10천간(天干) 중 경(庚)은 오행으로 금(金)이며 흰색으로 흰쥐의 해에는 예로부터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4월 총선에서 새로운 인재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복잡하게 꼬인 세계문제와 남북 관계의 실마리가 어떻게 풀릴지 관심이 높다.

'국운은 왕을 따른다'는 국운수왕(國運隨王)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고구려 광개토왕(廣開土王, 374~412)에서 유래한 말로 나라의 흥성은 통치자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광개토왕은 고국양왕(故國壤王, ?~391)의 아들로 태어나 드넓은 중원천지에 나라를 세워 동북지역에서는 가장 큰 국가를 만들었다. 그 영토는 중국의 북쪽 송화강에서 동쪽의 요하에 이르렀다. 왕이 되기 전 광개토왕의 이름은 담덕(談德)이었는데, 어렸을 적부터 호랑이를 활로 쏘아 잡을 만큼 용맹스러웠다. 12세 때 이미 태자로 책봉됐고, 18세(391년)에 왕위에 올랐다.

담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故國原王) 때에는 중국 전연(前燕)의 침략을 받곤 했다. 한번은 연나라의 왕 모용성이 5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국내성에 쳐들어와 궁궐을 불태우고 미천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갔다. 또 왕의 어머니와 함께 고구려 백성 5만여 명을 붙잡아갔다. 그러자 고국원왕은 343년에 동생을 연나라에 보내 조공을 바치고, 미천왕의 시신을 찾아왔으며 355년에 다시 조공하고 어머니도 모셔왔다. 뼈에 사무치는 회한이었지만 힘이 부족한 고구려로선 어쩔 수 없었다. 이에 아버지 고국양왕이 담덕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담덕아, 너는 반드시 아버지가 당한 이 수치를 씻어야 한다."
"예, 아버님 말씀대로 고구려인의 용맹스러움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담덕은 광개토왕으로 왕위에 오르자마자 영락(永樂)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고, 고구려의 위상을 만방에 선포했다. 그리고 평양에 아홉 개의 절을 지어 불교를 널리 전파했으며, 나라의 교육기관인 태학(太學)의 문을 넓혀 교육에도 힘썼다.

이처럼 국운도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술렁이고 있다. 국운수왕은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지도자들이 새겨야 할 고사성어다. 광개토왕 같은 지도자를 기대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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