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격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9일 "지역 안배와 기수를 안배했다"며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고 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강변이다. 이번 인사가 문재인 정권 핵심부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윤석열 수족 쳐내기'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를 '균형 있는 인사'라고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모독하는 말장난이다.
나아가 추 장관 스스로 법치와 정의를 수호하는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의 하명을 군말 없이 수행하는 '영혼 없는 관료'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2013년 10월 국가정보원 대선·선거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됐을 당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추 장관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해 11월 19일 추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총리에게 "열심히 하는 채동욱 검찰총장을 내쫓고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팀장을 내쳤다"고 비난했다. 이에 정 총리가 "철저히 수사하고 재판도 하고 있다"고 하자 추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 온갖 애를 쓰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2013년이나 2020년이나 '검사 윤석열'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변함이 없다. 그러나 추 장관은 2013년에는 왜 윤석열을 내쳤느냐고 언성을 높였고, 지금 2020년에는 윤석열을 무력화해놓고 잘된 인사라고 한다. 순식간에 얼굴 분장을 바꾸는 중국 경극(京劇) 배우가 울고 갈 변신이다. 여기서 드러난 것은 '우리 편이냐 아니냐'라는 지극히 단순한 진영 논리이다.
진영 논리는 맹목적인 충성과 추종만을 요구한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성찰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번 '검찰 대학살'은 전형적인 진영 논리의 결과물이다. 법치와 정의의 파괴이자 양심과 상식에 대한 모독이다. 이를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수행한 추 장관은 '영혼 없는 법무 관료'로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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