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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시간이 만들어낸 공간 '교차된 시선'전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인생을 걸쳐 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이야기를 쓰면서 살아간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태고의 시간들'은 20세기 폴란드 역사를 관통하여 탄생에서부터 성장, 결혼, 출산, 노화,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여성들의 삶의 여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태고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시간이 하나씩 이야기되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인간적인 모습과 사건들로 태고라는 마을의 시간들이 채워지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시선에서 이해하고 풀어낸 시간의 흐름은 태고의 마을이라는 하나의 공간이 되고, 소설은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태고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크워스카의 시간, 플로렌티카의 시간, 루타의 시간, 게임의 시간 등 누구누구의 시간이 촘촘히 엮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게 되고, 태고마을은 그들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공간이 된다. 그렇게 '시간은 공간이 된다'라는 것이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기억된다.

대구예술발전소에도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예술가에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 간의 네트워킹으로 각자의 활동영역을 넓히고 예술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레지던시에 선정된 작가들은 매일같이 1년 365일 동안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작업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작가들과 만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는 무용수를 만나본 적이 없어 처음 만나는 시간이 어색하기도 하고, 전통악기 연주자에게는 영상작가, 설치작가가 생소하기만 했다. 같은 장르의 작가에게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작업한다는 것이 그리 자연스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스튜디오 복도에서 매일같이 굿모닝 인사를 나누고, 점심에는 무엇을 먹었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상의 이야기를 종종 나누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예술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와 다른 장르의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다.

작가들의 수많은 시간이 엮여서 그들의 예술 세계가 만들어지고, 그들만의 예술세계가 모여 하나의 공간이 되어 태고의 마을과 같은 대구예술발전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입주작가들이 지나온 시간 동안 함께 만들어 낸 특별한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전시인 '교차된 시선'이 오는 14일부터 열린다.

대구예술발전소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이 던지는 다양한 시선들이 조우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면서 공존하며 대립하는 공간을 창조해냈다면, 그 공간에서 평면, 사진, 영상, 설치, 무용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그들의 생각과 움직임을 예술작품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예술가들의 시간으로 엮어진 작품과 그들이 만들어 낸 대구예술발전소에서의 특별한 공간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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