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봉준호 감독 '기생충', 아카데미 고지 오를까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6개 부문 노미네이트…다크호스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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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컷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101년간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를 하나하나 오르고 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골든 글러브 외국어영화상까지 모두 한국영화 '최초'로 수상했다.

'최초'라는 수식어는 항상 동시대를 뛰어넘는 열정과 재능을 뜻하기도 한다. 이제 또 하나의 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아카데미상이다. 북미 영어권을 위한 영화제이지만, 그 영향력이나 관심도는 세계적이다.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이 영화제에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기생충'은 가히 최고의 다크호스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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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17' 스틸컷

◆작품상…9편이 경합

모두 9편이 작품상 후보로 선정됐다. 2009년 이전에는 매년 5편을 후보작으로 선정했었던 것이 그 후 8편, 9편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포드 vs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기생충'과 경합한다. 이중 가장 강력한 후보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다.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가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앞서 '1917'은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드라마 부문),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가장 뛰어난 영화보다 미국적인 영화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편이다. 지난해에도 멕시코 영화 '로마' 대신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흑백인종 갈등 영화 '그린북'을 선정했다. 그래서 비영어권 영화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이다. 지난해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감독상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는다면 비영어권이면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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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리시맨' 스틸컷

◆감독상…5명 거장들의 치열한 접전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맞붙었다. 가장 미국적인 영화 '아이리시맨'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버티고 있다. '아이리시맨'은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명배우가 출연한 범죄 영화로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인 노동 운동가 지미 호파의 실종 사건을 그리고 있다. 알 파치노와 조 페시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마틴 스콜세지는 2007년 '디파티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 두 번째 감독상을 거머쥘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품상과 감독상이 동시에 수상되는 경우가 많아, '아이리시맨'과 '1917'이 유리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별도로 나뉜다면 봉준호 감독의 수상도 점쳐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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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스틸컷

◆각본상…기생충이 다크호스

정통 추리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라이언 존슨,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1917'의 샘 멘데스외 1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기생충'의 봉준호외 1명 등 5명이 후보다. 각본상은 아카데미 주요상 5개 중 하나다. 주요상은 작품, 감독, 각본, 남녀주연상을 말한다. 다섯 작품이 모두 감독이 각본 후보로 올랐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펄프 픽션'과 '장고:분노의 추적자'로 이미 두 차례 각본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세 번째 각본상을 받을지 관전 포인트지만 계층간의 갈등과 부의 불균형 등을 예리하게 짚어낸 '기생충'과 정통 탐정영화의 향수를 부활시킨 '나이브스 아웃', 이혼을 앞둔 부부의 심리와 상황을 잘 묘사한 '결혼 이야기' 등도 뛰어난 각본으로 평가받고 있어 쿠엔틴 타란티노 수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영화상…기생충이 강력한 후보

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Best Foreign Language Film Award)로 불리다 올해 국제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 Award)로 명칭이 변경됐다. '기생충' 외에 폴란드 '문신을 한 신부님', 마케도니아의 '허니랜드', 프랑스의 '레 미제라블', 스페인의 '페인 앤 글로리'가 후보에 올랐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가 경쟁 상대다. 그러나 이제까지 작품상, 감독상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 중에 반드시 외국어영화상은 수상했고, 또 '기생충'의 호평과 기대를 감안하면 국제영화상 수상은 유력해 보인다.

이외 '기생충'은 편집상(양진모), 미술상(이하준 외 1명) 등에도 후보로 올랐다. 미국 평론가들이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것이 이 두 부문이다. 정교한 편집으로 등장인물의 특성을 간명하게 표현한 편집과 지상과 반지하, 지하의 공간분할로 힘있는 미장센을 보여준 미술도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고 있어 수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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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재의 기억' 스틸컷

특히 기대되는 또 한 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담은 29분 단편 다큐멘터리다. 101년간 단 한 차례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한국영화가 올해 '기생충'과 함께 두 편의 후보를 낸 것이다. 내달 10일(한국시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낭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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