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규 있지만 단속은 '뒷짐'…얌체 흡연, 제재는 시민 몫?

금연구역 내 흡연 버젓이…금연구역 100곳당 과태료 부과, 2017년 2.7건에서 올해 1.9건
맹견 입마개 착용은 단속 실적도 없어

16일 동대구역 광장 흡연실 밖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6일 동대구역 광장 흡연실 밖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5일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옆 편의점 부근과 골목 입구에서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쟁하듯 담배를 피워댔다. 이곳의 경우 인도가 좁은 데다 불법 주정차 차량까지 인도를 물고 있는 탓에 행인들은 담배연기를 마실 각오를 하고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 한 행인은 "이곳 부근만 오면 담배연기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부터 난다"며 "신고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잠시뿐, 어차피 똑같아 질 건데 하는 생각에 포기했다"고 했다.

#14일 대구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 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이 적잖았다. 모두 목줄은 차고 있었지만 입마개를 착용한 반려견은 한 마리도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정인(59·여) 씨는 "6세 손자를 데리고 산책을 자주 하는 편인데 큰 개가 지날 때면 아찔하다"고 했다. 이곳은 지난해 7월 산책하던 60대 여성이 대형견 보더콜리에게 물린 곳이다.

대표적인 생활 규제인 금연구역 지정과 맹견 입마개 착용 등이 허술한 단속 탓에 오히려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은 있지만 단속이 없다 보니 애꿎은 시민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만 생긴다는 것이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 이후 금연구역은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금연구역은 2017년 말 6만5천594곳에서 지난해 11월 현재 7만5천470곳으로 15.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금연구역 과태료 부과건수는 1천798건에서 1천415건으로 21.3%나 줄었다. 금역구역 100곳 당 2.7건에서 1.9건으로 감소한 셈이다.

단속원들은 인력 부족과 현장 단속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한 구청 보건소 관계자는 "단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난해 금연 단속에 나선 지도원이 3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1명이 맡아야 하는 금연구역이 수백 곳에 이른다는 것.

맹견 입마개 착용을 둘러싼 갈등도 크다. 동물보호법상 입마개 의무 대상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 5종이다.

입마개를 한 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고, 단속의 의미도 크게 없는 게 현실이다. 이들 의무 대상 맹견이 아니더라도 큰 개도 많고, 또 맹견이 아니라고 물지 않는 것도, 물려도 다치지 않는 것도 아닌 만큼 입마개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개 물림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년 동안 대구에서 발생한 개 물림 사고는 모두 123건. 같은 기간 입마개 미착용으로 인한 단속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구시의 한 단속원은 "개 종류를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단속 대상인 맹견 5종을 확인하기 쉽지 않고, 규제 대상 이외 개의 경우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단속 근거가 없어 단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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