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날아드는 달갑잖은 '청구서'가 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초청장과 초청 문자 메시지다. 참석하려니 비용적·시간적 부담이 만만찮지만 모른 척하기도 찜찜하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사실상의 정치후원금 모집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규제 또는 개선 목소리가 높지만 4·15 총선 해인 올해도 '출판기념회 민폐'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에 대한 기부금·후원금 모집 등에 관해 엄격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의 경우 선거일 90일 전까지는 개최 횟수에 제한이 없고 모금액 규제와 신고 의무도 없다. 이런 점을 악용해 상당수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출판기념회를 열어 사실상의 정치 기부금을 그러모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떤 책이든 저자가 들인 노력과 시간의 소중한 결과물이기에 존중받아야 하고 책이 세상에 나왔음을 알리는 축하연을 열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품질이라도 괜찮으면 원성과 불만이 덜할 텐데 출마자들이 내놓은 책은 만듦새가 조악해 돈 주고 사서 서가에 꽂아놓기조차 민망한 것들이 상당수다. 대놓고 작가에게 대필을 의뢰하거나 아예 출판사에 대신 만들어 달라고 해서 급조한 책을 알리겠다며 호텔에서 호화판 출판기념회를 여는 정치 풍토가 유권자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선거에 나선 유력 인사에게 눈도장을 찍고 현금 봉투로 '보험'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부담도 없다. 출판기념회가 가진 부작용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국회 입법이 추진됐지만, 국회의원들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법 통과를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매번 흐지부지돼 왔다. 정치자금법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출판기념회를 그대로 놔두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출판기념회를 아예 금지하거나 정가 판매, 현장 판매 권수 제한, 영수증 발급, 판매 내역 공개 같은 보완책을 만들어 다음 선거 때부터라도 출판기념회 민폐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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