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어르신 외로움 달랜다?

농촌진흥청·경북대병원 공동연구, 귀뚜라미 키운 그룹서 노인성우울·인지기능·삶의 질 지수 모두 긍정효과 입증
농진청 곤충산업과 김성현 박사 "노년층 비롯한 현대인에 정서적 안정감… 향후 적극적인 치유로 접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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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반려식물에서 나아가 '반려곤충' 귀뚜라미가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로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 건강한 삶을 위한 고민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지만 노인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사회지표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는 낮지만 우울감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인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로도 부각되는 가운데 곤충의 심리치유기능을 다룬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경북대병원 연구진은 공동으로 대구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두 달 동안 귀뚜라미 키우기 연구를 실시했다.

참여그룹(곤충 돌보기 집단)과 대조그룹(곤충을 돌보지 않은 집단)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한 결과, 귀뚜라미를 돌본 그룹에서 노인성우울척도(GDS) 지수가 3.9점에서 3.1점으로 낮아졌고, 인지기능지수는 26.7점에서 28.1점으로 증가했다.

특히 정신적 영역에서 삶의 질 지수는 73.4점에서 78.3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곤충을 키우지 않은 집단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곤충을 키우고 돌보는 활동이 정서적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노인들의 우울감을 해소할 뿐 아니라 인지기능까지 호전시키며 삶의 질까지 높아진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실은 논문은 노인학 분야 국제 학술지(Gerontology)에 게재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김성현 박사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김성현 박사

농진청 곤충산업과 김성현 박사는 "고려시대 귀뚜라미를 이용한 치유활동을 현대과학으로 재조명한 것"이라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보면 궁녀들이 귀뚜라미를 잡아넣은 금롱(禁籠)을 머리맡에 두고 밤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박사는 "점차 유행으로 번져 귀족과 백성들도 따라하면서 '귀뚜라미 문화'까지 형성됐다"면서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전통적인 치유활동"이라고 덧붙였다.

귀뚜라미 치유활동은 공간 제약을 덜 받아 경제적 부담까지 덜어준다는 점도 매력 요소로 작용한다.

농진청은 곤충을 이용한 심리치유 연구를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치유로 접근하고 있다.

김 박사는 "소외계층과 병원, 시설에서 생활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영역을 넓힐 예정"이라며 "귀뚜라미와 나비 등을 중심으로 현장에 적용할 곤충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전조사로 선호 곤충을 알아보고 의료진의 만족도 등을 분석해 새로운 곤충 종도 선발할 것"이라며 "곤충 사육법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사진과 동영상으로 제작해 곤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박사는 "맞춤형 치유농업의 한 영역으로 곤충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치유 효과 연구에 매진하겠다"며 "노년층을 비롯한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치유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박사는 대구심인고와 경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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