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근한 겨울 날씨…경북 농민 희비 교차

과수 농가는 병충해 우려…미나리·시금치 농가는 풍년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농민 A씨가 호박순을 정리하고 있다. A씨 농가는 애호박 시세가 좋지 않아 올해는 일찍 밭을 정리한 뒤 다음 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농민 A씨가 호박순을 정리하고 있다. A씨 농가는 애호박 시세가 좋지 않아 올해는 일찍 밭을 정리한 뒤 다음 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 농민 A(65) 씨는 요즘 고민이 크다.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 탓에 전국 호박 출하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영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A씨는 "겨울이 되면 노지나 난방 없는 하우스 출하량이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예전 설 대목에 1박스 4만원이던 값이 올해는 2만~3만원에 그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 시금치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포항시에서는 평년 이상의 고온이 이어지는 날씨 덕에 예상 못한 풍년을 맞았다. 연일읍 한 시금치작목반 관계자는 "늦가을에 태풍이 잇따라 시금치 농사가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늦은 파종에도 겨울 기온이 높아 풍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에 경북지역 농민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채소 농가에서는 길어진 수확시기 덕분에 풍년을 기대하는 콧노래와 가격 하락에 따른 신음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또 포도, 사과 등 과수 농가들은 따뜻한 기온에 죽지 않고 월동하는 병해충이 늘 것으로 우려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영상을 웃도는 날씨에 과수나무 생육 움직임이 예년보다 빨라졌다"며 "병해충 발생에 대비해 철저한 방제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송지역 사과 농가들은 응애 피해나 화상병 등을 걱정하고 있다.

영하 10℃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응애가 죽지만 고온이 이어지면 살아남아 농작물에 기생하기 때문이다. 응애가 가지나 잎 뒷면에 붙어 살면서 잎을 떨어뜨리면 과수 상품성이 떨어진다.

한 사과농민은 "살충제로 응애를 잡아야 하는데 농약 비용이 비싸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뭇가지와 잎이 타는 것 같이 말라 죽는 화상병도 과수 농가를 위협하고 있다. 병원균이 나뭇가지에서 월동한 뒤 봄에 활동하는데 겨울철 기온이 높으면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따뜻한 겨울에 반색하는 곳도 있다.

영천지역 미나리 시설재배 농가들은 예년보다 1개월 이상 빠른 출하물량으로 소득이 늘 전망이다.

상주시 한 딸기 농가는 "이번 겨울에는 난방을 거르는 날이 많을 만큼 온도가 높아 비용이 많이 줄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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