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문화의 거리라구요?'
지난 15일 오후 11시 대구 북구 칠곡 3지구 문화의 거리. '이태원길'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이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대구 북구청이 이곳 출신 작가 이태원의 이름을 따 '이태원길'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유흥의 거리'에 더 가까워 보였다. 실제로 유흥업소와 마사지 업소, 술집 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길 곳곳에는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구 북구청이 야심차게 조성한 문화의 거리인 '이태원길'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기존 유흥가에 문화적 인프라를 시도하다 보니 유흥의 색깔이 강한 탓이다. 길이 720m의 이태원길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술집일 만큼 칠곡 3지구에서 유명한 유흥가다. 북구청도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며 지난해 말 예산 30억원을 들여 문화예술거리인 '이태원길'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유흥업소들이 즐비한 이곳에 문화예술거리가 조성되더라도 문화적 인프라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지적은 조성 사업이 논의되던 2016년부터 나왔다. 그러나 당시 북구청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업 부지 유흥업소에 대해 자발적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북구청은 다음 달 이태원 문학관과 이태원길 종합안내간판을 만들어 오프닝 행사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이태원길이 제 색깔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흥업소나 모텔, 성인전용 마사지 업소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고교생 김민지(18) 양은 "이곳 대부분은 술집이고 유흥업소도 많다. 밤이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 지나다니기도 솔직히 꺼려진다"고 했다.
'미관광장1' 인근에서 호떡가게를 운영하는 변연정(37) 씨는 "바닥을 보면 담배꽁초가 수북한 곳도 있고, 거리에 쓰레기도 많아 이태원길이 완벽히 조성돼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유흥업소의 광고 간판 위치를 바꾸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들 업소가 불법시설이 아니어서 강제로 철거할 수는 없다"며 "이제 1차 공사를 끝낸 단계인 만큼 이태원길 분위기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주민들과 협력해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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