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트레스 받기 전에" 설 선물 '비포 명절'이 대세

옛말 된 포스트 명절…배우자 설 선물은 연휴 전에
설 앞두고 2030은 ‘욜로’ VS 4050은 ‘편리미엄’ 상품 수요 높아
귀성길 대신 올레길, 짧은 연휴에 제주·속초·가평 등 국내여행 인기

2020년 설 명절 선물 트렌드는 연휴 전에 선물을 전하는
2020년 설 명절 선물 트렌드는 연휴 전에 선물을 전하는 '비포 명절'이 꼽혔다. 사진은 가장 많은 소비자가 설 선물 인기 품목을 꼽은 가방 등 패션 잡화를 비롯한 각종 선물. G마켓 제공.

지난해보다 열흘 빨리 찾아온 경자년 설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 설 연휴는 주말과 겹친 탓에 월화수 포함 5일의 황금연휴였던 지난해와 달리 하루가 적은 4일이 됐다. 짧은 연휴 탓인지 전년 대비 국내여행 상품 판매는 3배 늘었고, 해외여행 상품 판매는 주는 등 명절 소비 트렌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2020년 설을 맞아 온라인 유통사들이 저마다 명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국내여행'을 비롯해 '비포 명절', '욜로와 편리미엄'이 3대 키워드로 꼽혔다.

◆옛말 된 포스트 명절, 비포 명절이 대세

유통가에 한동안 유행했던 '포스트(Post) 명절'은 이제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명절은 배우자의 명절 피로를 풀어주려 연휴가 끝나고 선물을 주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10명 중 6명이 설 연휴 전에 선물을 줬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비포(Before) 명절'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최근 545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배우자 설 선물 계획'을 조사한 결과, 64%는 '설 연휴가 적기'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기간 중에 줄 것'이라는 응답은 15%, '연휴가 끝나고 줄 것'이라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설 선물을 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생한 배우자에게 주는 고마움의 표시'라는 응답이 72%, '명절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지원책' 10%, '추후 들려올 잔소리와 짜증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책' 3%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주로 패션 잡화, 화장품, 디지털 기기 등을 선물 품목으로 꼽았다. G마켓이 지난 설을 열흘 앞둔 일주일(지난 9~15일) 판매량을 전년 동기(2019년 1월 20~26일) 대비 분석하니, 패션·뷰티 용품 구매용 상품권 판매는 4배 이상(311%) 급증했고, 여성화·남성화 판매량도 각각 34%, 43% 올랐다. 블루투스 이어폰 판매도 2.6배(165%) 가량 증가했다.

대구에서 명절을 보내는 A(49·수성구 만촌동) 씨는 "지난해에 명절이 끝나고 아내에게 스파 쿠폰을 선물했더니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며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선물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아 지난주에 현찰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2030세대는 연휴를 즐기려 취미 용품을, 4050세대는 가사 노동을 덜어줄 가전제품을 사는 등 설 명절을 앞두고 세대별로도 소비 성향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베이코리아 제공.
2030세대는 연휴를 즐기려 취미 용품을, 4050세대는 가사 노동을 덜어줄 가전제품을 사는 등 설 명절을 앞두고 세대별로도 소비 성향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베이코리아 제공.

◆엇갈린 세대별 소비 성향…욜로와 편리미엄

세대별 소비 데이터를 보면 설 연휴 계획에 대해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차이가 큰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30세대는 연휴를 알차게 보낼 욜로(YOLO) 소비에, 4050세대는 가사 노동을 줄여줄 '편리미엄' 가전에 집중했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한 말인 편리미엄은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아껴준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경향을 뜻한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3~12일 설 연휴 전 열흘간 전년 동기 대비 세대별 상품 판매 데이터를 분석할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2030세대에서는 취미 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만화와 웹툰 등 도서 판매는 3배 이상(241%) 급증했고, 캘리그라피 용품 판매도 160% 늘었다. 프라모델과 피겨 판매도 각각 70%, 67% 증가했다. 특히 인형 만들기 DIY(직접 조립 상품) 세트는 지난해보다 무려 7배 이상(673%) 많이 팔렸다.

반면 4050세대는 가전제품 판매량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음식물처리기와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각각 8배(705%), 7배(633%) 이상 올랐다. 로봇청소기(384%)와 침구청소기(150%)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김태수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장은 "짧은 연휴를 알차게 즐기려는 2030세대의 욜로 성향과 명절 가사 노동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4050세대의 편리미엄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짧은 연휴와 포근한 날씨 영향으로 올해 설은 해외보다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린 소비자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국내 유명 여행지. G9 제공.
짧은 연휴와 포근한 날씨 영향으로 올해 설은 해외보다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린 소비자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국내 유명 여행지. G9 제공.

◆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짧은 설 연휴와 포근한 날씨의 영향으로 해외보다 국내 여행지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소비자의 선택도 엿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 G9가 최근 한 달(지난해 12월 16일~올해 1월 15일)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국내외 여행·항공권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국내여행 상품 판매는 3배 가량(197%) 급증한 반면 해외여행 상품 판매는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상품의 위치를 살펴보면 제주를 비롯해 경기·강원이 인기 여행지로 분석됐다. 속초가 있는 강원도 여행 상품 판매량이 288% 증가해 신장률 1위를 기록했고, 가평으로 대표되는 경기도 여행 상품 판매량 증가가 250%로 2위였다. 충청도(150%), 경상도(131%) 여행이 뒤를 이었고, 제주도 여행 상품 판매는 2배(101%) 증가했다.

인기 워터파크·스파 지역은 전라(322%), 경기(164%), 충청(136%) 순으로 나타났고,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콘도·리조트는 제주(900%), 강원(127%), 충청(85%) 등이 인기를 끌었다.

임지연 G9 여행사업팀 팀장은 "지난해 대비 짧은 연휴로 올해 설에는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춥지 않은 날씨 덕에 골프나 낚시, 등산, 캠핑 등 야외 활동 관련 상품 판매도 증가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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