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30억원 들여 조성하는 대구 북구 '이태원길', 적절한 작명인가

대구 북구청이 칠곡3지구에 '이태원길'을 조성한다고 한다. 서울의 이태원과 혼동이 되는 이름인데 실상은 대구 북구 읍내동에서 태어난 소설가 이태원의 이름을 딴 거리라고 한다. 칠곡지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곳을 문화예술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 북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할 수 없는 소설가의 이름을 내거는 사업에 혈세를 30억원이나 들이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는 의문이다.

이태원길은 팔거역에서 칠곡3지구 중심상권에 이르는 720m 길이 보행자 전용도로다. 이곳에 이태원문학관과 영상관을 비롯해 미관광장, 버스킹 존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각종 문화예술콘텐츠를 즐기도록 하겠다는 게 북구청의 복안이다. 북구청이 '세븐밸리' 등 다른 이름을 제치고 이태원길이라는 이름을 택한 것은 칠곡지역의 문화원형자원 발굴 차원에서라고 한다. 이태원의 대표작 '객사'가 일제강점기 북구 칠곡 읍내동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항거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태원길 조성에 박수를 보내기 힘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태원이 평단과 독자로부터 호평받은 작품 걸작 '객사'의 작가이긴 해도 그 이름을 내건 문화예술거리를 만들 만큼의 대중적 인지도를 지녔는지는 이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입지적으로도 한집 건너 술집이 있고 모텔, 성인전용마사지숍이 거리 양쪽에 즐비한 이곳을 문학 테마 문화예술거리로 꾸미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기존 유흥가에 문화적 인프라 조성을 시도하면서 여러 문제가 예상되고 있는 데 대해 "사업부지내 유흥업소에 대해 자발적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답한 북구청 측의 사고는 매우 안이해 보인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조성한 '거리' '길'들이 카페·식당 골목으로 전락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전철을 이태원길이 밟지 않을까 우려부터 앞선다. 김광석길조차 방문객 부족으로 허덕이는 판국이다. 이태원길 이름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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