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순조 21년(1821년) 8월 22일에 기록된 내용이다. '이름도 모를 괴질이 서쪽 변방에서 발생하여 도성에 번지고 여러 도에 만연하였다. 짧은 시간에 10명 중 한 두 사람도 살지 못하였다. 서울과 지방의 사망자까지 합하면 모두 수십만 여 명이나 되었다.'
당시 조선말 인구가 2천만명 정도라고 하니, 엄청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당시에는 원인도 치료법도 알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괴질(怪疾)이였다. 지금은 그 괴질의 원인이 콜레라균이며,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하는지를 안다. 괴질은 병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다는 공포감이 투영된 이름이다.
당시에는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몰라 신이 노해서 전염병이 생긴다고 믿었다. 조선시대 '역병(疫病)' 이란 말의 역(疫)도 신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신을 달래기 위해 제사를 지내거나, 굿을 하거나 부적을 붙였다.
국가적 차원에서 의원들이 치료법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목욕과 세수 등 개인 위생을 강조하고, 전염병이 돌 때는 함께 모여서 '벽온방' 이라는 치료책을 만들었다. 동서활인서를 만들어 전염병 걸린 사람들을 진료, 치료를 하였다. 하지만 병에 대한 정보도 없고, 분석·진단·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홍역을 앓고 있다. 공교롭게도 작년 이 즈음에는 대구지역에 홍역이 돌아 그야말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는다는 표현인 '홍역을 치르다' 말을 뼈저리게 느꼈던 한해였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발병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유행성 질환으로 초기에는 '우한 폐렴'이라고도 불렸다.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으로만 알려졌으나, 2003년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및 2012년 유행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신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는 방한중인 중국인이 1월 20일 최초 감염자로 확진 된 이후, 18일 현재 모두 31명이 감염자로 확진 되었다.
첫 환자가 생기고 지금까지 여러 일들이 있었고 정부도 감염병 확산을 막기위해 애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보건소, 병원 및 의료진들도 열심히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며 개인 위생을 잘 지키고 있다.
신종 감염병을 수차례 겪으면서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구축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정보 제공과는 별도로, 아직도 치료법이 없고 전체적인 경과 및 합병증, 예후 등 모르는 부분이 많기에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치사율이 사스 10%, 메르스 34.4% 보다는 낮고, 한국에서 생긴 환자들의 경우 중환자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감염병에 걸렸던 환자들의 완치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현재 4명의 환자가 완치되어 퇴원했다.
공포와 불안감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주어진 사실과 정보를 가지고 판단한다면 필요이상의 공포는 사라질 것이다. 물론 조심한다고 나쁠 것은 없다. 코로나19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정부는 사실과 정보를 가감없이 제공해주고, 의료진은 환자를 치료하고, 연구자들은 백신을 개발하고, 국민들도 정부와 의료계를 신뢰한다면 코로나19는 큰 피해 없이 사라질 것이다. 작년 홍역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처럼.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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