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손가락 색 변했어요…시리고 통증 '레이노 증후군'

창백→푸름→붉음 3단계 변화 양상…추위, 스트레스 자극으로 혈관 수축

레이노현상 환자의 손가락 부분 변색 모습. A는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시 손가락이 하얗게 창백해지며 감각이 무뎌짐.B는 혈액순환이 안 되어 피부가 파랗게 변함.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레이노현상 환자의 손가락 부분 변색 모습. A는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시 손가락이 하얗게 창백해지며 감각이 무뎌짐.B는 혈액순환이 안 되어 피부가 파랗게 변함.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겨울도 이제 끄트머리에 왔지만 간간이 반짝 추위가 남아 있다. 지난 추운 날씨에 손과 발이 시리고 심한 경우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수족냉증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여겨 지나치는 경우가 많으나 손 끝의 색이 변한다면 '레이노 증후군'(Raynaud's syndrome)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1862년 프랑스 의사 모리스 레이노가 추위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색 변화가 발생하고 저림과 통증을 호소하는 것을 발견해,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 추위나 긴장성 스트레스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혈관의 경련·수축에 의해 발생하는 손·발가락의 가역적 허혈(혈류 부족) 증상을 레이노 현상 혹은 레이노 증후군이라고 한다.

◆유병률 여성이 남성보다 1.7배 많아

레이노 증후군은 임상 증상을 기본으로 진단을 한다. 전형적인 증상은 3단계의 색 변화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차가운 환경에 노출 시 혈관 수축으로 손발이 하얗게 창백(pallor)해지고,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파랗게 변하고(cyanosis), 이후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이 다시 순환하면 붉게(rubor) 바뀌며 통증을 동반한다.

전형적인 3단계 색 변화는 모든 환자에게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환자들은 한 두 단계의 색 변화만을 보이기도 한다. 환자의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한랭부하검사를 실시해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 한다.

레이노 현상의 발생기전은 아직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혈관 수축에 관여하는 혈관수용기의 반응성이 증가해 혈관 수축이 증가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 감소한다는 것. 이로써 산화적 스트레스 등에 의해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되고 혈소판의 활성화와 응집 등에 의해 혈류 흐름이 저하되는 것 등이 발생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의 3~15%에서 발병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 유병율이 63%로 남성보다 약 1.7배 더 많았다.

특히 20-4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월경, 임신, 출산 등과 같은 호르몬의 변화와 남성보다 내장기관이 많아 내부 장기에 혈액이 몰리는 것으로 본다. 혈관도 남자보다 가늘어 수족냉증에 더 취약한 신체구조적 요인도 있다.​ 또 유전적인 영향이 높아 레이노병 가족력이 있다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지저질환으로 발병 땐 적극적 치료해야

레이노 증후군은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뉘는데, 원인 질환 없이 레이노 현상만 발생한 경우를 일차성 혹은 특발성이라고 부른다. 이차성은 전신성 경화증이나 쇼그렌 증후군, 혈관염과 같은 류마티스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 약물, 진동 등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

일차성과 이차성을 구분하는 이유는 치료와 예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차성은 대부분 10~30대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발병하고 자가면역 질환 동반이 없고 조직손상이 없다. 반면에 이차성은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고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되어 있어 레이노 현상 외에도 기저질환과 연관된 여러 가지 다른 증상들이 있고, 조직손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적극적 치료가 요구된다. 감별을 위해서는 병력청취, 신체진찰, 혈액검사, 자가항체검사, 손톱주름 모세혈관 현미경 검사 등이 필요하다.

레이노 증후군의 보존적 치료는 심부와 말초 체온 유지, 정신적인 스트레스 완화가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로 혈관 확장제를 사용한다.

이차성 레이노 현상의 경우 원인 자가면역질환의 치료가 필요하며, 손가락 궤양 및 괴사가 있는 경우에는 항혈소판제, 항응혈·혈관 확장제(프로스타사이클린) 등이 사용된다. 만약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교감신경절제술과 수지절단 등의 수술적 치료가 따르기도 한다.

레이노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양말과 장갑을 착용해 항상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에 손발을 담그거나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흡연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흡연자라면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정혜진 계명대 동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 증후군을 단순히 수족냉증이라 여기고 방치한다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 발가락이 괴사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도움말 정혜진 계명대 동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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