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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힘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바이러스라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불안과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019~2020년 겨울시즌에만 발생한 독감으로 미국에서만 1만2000명이 숨졌으나 미국독감은 매년 반복되는 일상의 질병이 됐다는 이유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 사회와 자연계는 좋든 나쁘든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과 같은 미생물의 활동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버나드 딕슨은 저서 '미생물의 힘'에서 이 세계를 지배하는 미생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일 먹는 김치, 된장, 치즈, 포도주, 요구르트 등은 미생물에 의한 발효식품으로 유용한 미생물은 우리에게 식도락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수세기에 걸쳐 유행한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등과 같은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원인이기도 한 미생물은 인간의 많은 재난 가운데서도 아주 나쁜 악재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이나 숙주의 기생환경에 변화가 생기기를 기다렸다가 변화가 나타나기만 하면 폭발적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유럽에서 대역병이 시작된 1347년, 후에 흑사병으로 불린 이 병은 7천500만 명에 달하는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죽음으로 내몬 페스트균으로 알려진 무시무시한 세균이 일으킨 전염병이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흑사병이 어떻게 중세의 종지부를 찍고 근대를 열었는지에 관한 한 가지 중요한 패러독스를 보여준다.

페스트균은 유럽 사회에서 음식, 주거, 일자리와 같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경쟁을 엄청나게 줄여주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도 전에 없던 부를 누렸고, 부유한 사람들은 친인척의 재산을 상속받아 더욱 더 부유해졌으며, 이로 인해 르네상스를 위한 훌륭한 조건이 갖추어졌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모습과 특징을 갖춘 계기가 되었다. 1665년까지 지속된 페스트가 이듬해 대화재 이후 발생이 줄었고, 결정적인 원인은 병원성이 매우 강한 페스트균이 점차 병원성이 약한 균주로 변했다는 것이다.

무기, 금속과 함께 병균이 인류의 문명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의 시각에서 세균을 바라보면, 인류에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다.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은 인간이 죽는 확률, 즉 치사율이 높으면 바이러스의 생존공간도 사라지기 때문에 질병은 새로운 생존 및 번식방법을 진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공생하며 살아가는 바이러스로 인해 경계심과 불안감이 높아지는 요즘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긍정의 마음과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 준수로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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