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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몇살까지 정치를 할까? 최고령 기록은?

김종인, 문창모, 전두환. 연합뉴스, 매일신문DB
김종인, 문창모, 전두환. 연합뉴스, 매일신문DB

4·15 총선을 앞두고 노장 정치인들의 이름이 하나 둘 언급되고 있다.

우선 '선거 청부사'라 불리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옥중 서신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알렸다. 현재 미래통합당 공천과 관련해 '사천' 내지는 '막천' 논란에 휩싸인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도 포함할 수 있다.

정당마다 청년을 예비 정치인으로 영입하는 게 유행이고, 선거 연령도 지난 선거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따라 만 18세로 1살 낮아지는 등, 우리나라 정치가 점차 젊어지고 있는듯 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엔 나이 많은 정치인들이 주인공으로 서는 모습은 분명하다.

이창호처럼 10대 기사도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는 바둑과 달리, 정치는 아무래도 시간이 쌓아주는 경험이 단수를 높여주는 모습이다.

김종인, 박근혜, 김형오. 매일신문DB
김종인, 박근혜, 김형오. 매일신문DB

▶앞서 언급한 3인의 현재 나이는 이렇다.

김종인 나이는 81세. 1940년생이다.
박근혜 나이는 69세. 1952년생이다.
김형오 나이는 74세. 1947년생이다.

과거와 달리 평균수명이 늘어난(2018년 기준 한국인 평균수명 82.7세. 단 여자가 85.7세, 남자는 79.7세) 요즘엔 박근혜와 김형오는 한창 나이이고, 80세를 넘긴 김종인이 특기할만한 사례이다. 다만 박근혜는 어머니 육영수가 죽은 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보필한 청와대 영애 시절을 기점으로 정계에 꽤 일찍 입문한 노장으로 볼 수 있다. 김형오는 노태우 정부때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데 이어 45세 때인 1992년 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치 경력이 길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이 기사에서는 정치 경력이 아닌 나이 자체만 다루기로 한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보통 몇 살까지 정치를 하는 걸까.

특히 쟁쟁한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국회에서는 길면 몇 살까지 활동하는 걸까.

문창모. 매일신문DB
문창모. 매일신문DB

'엄청난' 최고령 기록이 작성돼 있다. 1992년 85세의 나이로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1907년생 고(故) 문창모 전 통일국민당 의원이다. 1995년 88세가 되면서 최고령 국회의원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11, 12, 14, 17, 20대 등 국회의원 5선을 한 김종인(현재 81세)의 경우 나중에 한 두 번 더 국회의원을 해야 저 기록을 깰 수 있다.

문창모 전 의원 이후 80대 연령 국회의원 당선 기록이 쓰인 적이 없다. 현 20대 총선에서는 김종인이 가장 많은 77세의 나이로 당선됐다.(이후 탈당해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그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사례가 박지원·강길부 의원이다. 둘 다 4년 전 20대 총선 당선 당시 75세였다.

현재 박지원과 강길부 둘 다 79세이며, 만약 4.15 총선(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김종인의 기록을 깰 수 있고, 문창모 다음의 고령 국회의원 당선 기록을 세우게 된다.

물론 문창모 전 의원의 기록까지 넘으려면,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해에 88세 이상이 돼야 하는데, 박지원과 강길부의 경우 아직 9년이나 남았다. 쉽지 않다.

이 밖에 이번에 새롭게 4.15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 가운데서도 문창모 전 의원의 기록에 도전하는 고령자는 쉽게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참고로 문창모 전 의원은 1996년 의원직 임기 만료 후 6년 뒤 94세로 사망했다.

박지원, 강길부. 연합뉴스
박지원, 강길부. 연합뉴스

▶그런데 정치 활동은 의원직에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김종인, 박근혜, 김형오 모두 현재 의원 신분이 아니다. 사설 단체를 차려서도(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구치소 안에서도(박근혜는 서울구치소 수감 미결수 신분), 초빙돼 잠시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도(김형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 정치를 할 수 있다. 의원이 아니더라도 유력 정당 대표를 할 수 있는(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등 원외 정치인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한 것도 요즘 대한민국 정계 풍경이다.

넓은 범위로 보면 '뒷방'에서도 '훈수'를 두며 정치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새해가 되면 유력 정치인들로부터 새해 인사를 받아온 전두환 전 대통령도 아직까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나이는 올해 90세이다. 이 정도 나이에 활동하고 있는 현역 정치인이 혹시 또 있을까.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지 40년이 되는 날인 2019년 12월 12일 전 씨가 군사 반란에 가담했던 인물들과 서울 강남의 고급 음식점에서 기념 오찬을 즐기는 장면을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직접 촬영해 언론에 12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지 40년이 되는 날인 2019년 12월 12일 전 씨가 군사 반란에 가담했던 인물들과 서울 강남의 고급 음식점에서 기념 오찬을 즐기는 장면을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직접 촬영해 언론에 12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그렇게 따지면 2018년 93세로 사망한 故(고) 김종필 전 총리도 주목할만 하다. 김종필 전 총리는 2004년 17대 총선에까지 도전했다가 실패해 결국 9선 의원 기록에 머물렀다. 현재 국회의원 최다 선출 기록이 바로 9선이며, 김종필과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공동으로 갖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는 표면적으로는 정계에서 은퇴했지만 그 후에도 주로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집에서 유력 정치인들과 만나며 정치 활동을 계속했다. 그의 사망 당시, 불과 2개월 전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와 접견한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생애 마지막까지 정치로 채웠던 셈이다.

김종필 전 총리(왼쪽)와 이인제 당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 2018년 4월 18일. 연합뉴스
김종필 전 총리(왼쪽)와 이인제 당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 2018년 4월 18일. 연합뉴스

잠깐, 조금만 더 범위를 넓히면, 2019년 98세의 나이에 사망한 故(고) 이희호 여사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故(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이자 여성 운동가로 볼 수 있고, 그래서 정치인 이희호라고는 할 수 없지만, 2016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당시 96세였던 이희호 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이희호 여사 자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이게 정치 뉴스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희호 여사는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말년에 정치적 영향력은 꽤 보여줬던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이희호 여사.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이희호 여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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