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인 이상원, "코로나19 없는 봄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대구 연극계 '퍼스트 펭귄' 10년 전 중국 진출, 사드·코로나19로 '시련'

이상원 연극인
이상원 연극인

벚꽃이 만개하면서 봄 기운은 완연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움추리고 얼어붙은 대구시민의 마음은 여전하다.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될지 가늠하기 어렵고, 엎친데 덮친 격이 되어버린 경제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역시 모든 것이 사실상 멈춰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봄 같은 봄' '진정한 봄'을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는 대구 문화예술인이 있다. 연극인 이상원이 그 주인공이다. 대구 문화예술계의 '퍼스트 펭귄'으로 2010년 중국 진출을 본격 선언했던 연극인 이상원을 만나 봄을 기다리는 애타는 심정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류 바람을 타고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선언한지 10년이 지났다. 근래까지 중국측 문화예술계 관계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사실 올해 2월 초 경기도에서 중국 난징 공중곡예단의 대규모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 공연의 에이전시를 맡아 1월 중순 중국측 관계자들과 서울에서 만나 현장답사와 미팅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중국과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하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뮤지컬 미용명가, 중국 공연
뮤지컬 미용명가, 중국 공연

-사드 성주 배치 문제로 한한령이 떨어져 그동안 중국과 문화교류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빙 기미가 있었던 것인가.

▷지난해 중반부터 중국 내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5, 6월 난징에서 뮤지컬 미용명가를 18회나 공연했다. 2017년, 2018년에는 단 한 번도 공연할 수 없었다. 올 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중단됐던 '미용명가'의 영화촬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큰 기대를 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또다시 헛꿈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중국측 관계자도 일단 5월까지는 기다려보자고 하더라.

-대구산 창작 뮤지컬 미용명가가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계획이었나.

▷뮤지컬 미용명가를 중국에서 100회 이상 공연하며 수만 명의 갈채를 받았다. 가족 간 우애, 남녀간 사랑 등을 서민의 삶을 바탕으로 코믹하게 풀어낸 것이 중국시장에서도 어필한 것 같다. 뮤지컬 미용명가를 영화화 하자는 제안은 2014년부터 나왔다. 본격적인 추진은 2016년 중국 CCTV 영화 대본 공모에 당선되면서 시작되었다.

-대구산 창작 뮤지컬이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대구문화계로서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관람객 1억 이상의 영화가 매년 3, 4편이 나올 정도로 중국 영화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매년 영화전용채널(6번)에 방송할 대본을 공모해 제작비 6억원을 지원한다. 2016년 미용명가를 TV영화용 시나리오로 직접 각색해 공모에 당선되었고, 곧바로 중국측 기획자로부터 영화관용으로 시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어떻게 추진되었고, 또 좌절되었나.

▷2016년 6월 중국 현지에서 미용명가(중국명 미발명가) 영화화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작비 60억원 투자자도 확보했고, 대구 범어성당·계산성당·청라언덕·수성못, 안동 하회마을, 문경·영양 등 촬영지 현장 답사도 마쳤다. 특히 중국 대형 유통업체에서 티켓 600만 장을 선구매해주기로 했다. 2018년 2월 설을 맞아 중국 내 1만 개(전체 영화관 5만 개) 영화관에서 동시 상영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4일 사드 성주배치 결정이 발표되면서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중단' 되었다는 말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는 의미로 들린다.

중국 정부에서 발행한 영화촬영허가증
중국 정부에서 발행한 영화촬영허가증

▷그렇다. 시나리오, 콘티, 배우, 감독 등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 촬영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중국에서 영화 제작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제작(촬영) 허가증(사진)을 받았을 때 기쁨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국측 관계자들과 거의 매일 통화하면서 '하루빨리 전염병을 극복하고 한중 관계가 정상화 하면 중단했던 작품을 완성시키자'고 다짐하고 있다.

◆연극인 이상원은?

=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2004~2006)과 극단 뉴컴퍼니의 대표를 지냈다. '마술가게'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 등 100여 편의 연극과 뮤지컬을 연출했고, 대구 연극인 최초로 대학교수(대구과학대)로 임명되어 후진을 양성했다.

2007년 초연한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는 대구 민간 극단이 만든 최초의 뮤지컬로서, 지방 뮤지컬 최초로 서울 대학로로 진출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또한 2010년 초연한 창작 뮤지컬 '미용명가'는 국내 유료 객석 점유율 80%를 돌파하며 중국시장 진출의 핵심 콘텐츠가 되었다.

현재 중국 후베이성 컨딩문화공사 한류 감독, 우시문화공사 감독, 강소성연극단 외국인 감독, 베이징 화산영화공사 한류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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