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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에이핑크가 가고 있는 길

에이핑크의 미니9집
에이핑크의 미니9집 'Look'의 재킷 사진.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이핑크가 지난 13일 새 노래를 냈다. 노래 제목은 'Dumhdurum(덤더럼)'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올해로 데뷔 10년차가 된 이 걸그룹이 걸어온 길을 다시금 생각해봤다.

2011년 '몰라요'로 데뷔할 때만 해도 에이핑크는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걸그룹은 아니었다. 당시 걸그룹만 170여팀이 쏟아져 나왔고 대부분 섹시 콘셉트로 활동하는 경우('라니아'라던가 '브레이브걸스'라던가)가 많았던 터라 에이핑크는 그 와중 '청순 콘셉트'의 블루오션을 개척해 보겠다고 내보낸 느낌이 강했다.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정은지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출연하고, 윤보미가 MBC 에브리원의 '주간 아이돌'의 고정을 맡기도 하면서 팀의 인지도 또한 올라갔다. 그때 한창 주목받던 에이핑크의 노래가 'NoNoNo'와 'Mr. Chu(미스터 츄)' 등이었었다.

하지만 에이핑크도 연차가 쌓이면서 늘 하던 청순발랄한 컨셉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섹시' 콘셉트로 나오면 다른 걸그룹과 차별점이 사라질테니 함부로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나는 에이핑크가 이 때 선택한 전략을 일종의 '버티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첫 시작은 'LUV'였다. '청순발랄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가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몰라요'에서 'NoNoNo'까지의 기간을 버틴 것처럼 '성숙한 여인'의 콘셉트도 이런 식으로 버티기 전략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노래가 '1도 없어', '%%(응응)', 그리고 '덤더럼'이다.

'덤더럼'은 에이핑크가 '%%(응응)' 다음을 준비하면서 '성숙한 여인'이라는 콘셉트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가 드러나는 곡이다. 에이핑크에게 신스 팝의 느낌을 주는 멜로디(소속사가 제공하는 노래 설명에 따르면 '중독성 강한 훅과 스패니쉬하면서도 동양적인 멜로디')는 '섹시' 콘셉트로 발을 디디게 하는 유혹의 멜로디이기도 하다. 실제로 '덤더럼'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윤보미의 댄스 브레이크 파트를 보면 더욱 섹시 콘셉트로 밀어붙여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에이핑크는 그걸 참았다. 뮤직비디오나 무대를 봐도 함부로 섹시함을 보이지 않는 절제가 돋보인다.

에이핑크의 지금 모습은 '걸그룹이 굳이 강렬한 콘셉트를 갖지 않고도 롱런할 수 있다'는 사실의 전범이 되기도 하고 '걸그룹이 콘셉트를 변경할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예시이기도 하다. 지금 에이핑크는 조용히 걸그룹의 다음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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