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코로나19 직격탄 맞아 도산 위기 몰리는 병·의원들

29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병원이 코로나19로 인해 찾는 환자가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9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병원이 코로나19로 인해 찾는 환자가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병·의원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내진을 꺼리면서 병·의원들이 환자 수 감소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이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대구경북 의료기관들의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두드러져 병·의원들의 줄도산마저 우려될 지경이라고 하니 여간 엄중한 일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올 3월 환자 수는 전년 대비 평균 43.0%, 38.8%씩 급감했다. 서울, 부산 등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광주(-30.6%), 전남(-27.5%)의 환자 감소세를 감안하면 대구경북 의료기관들이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대구의 한 소아과병원 경우 월 매출액이 3월 85%, 4월 92% 줄었다고 한다. 더욱이 동네의원과 대학병원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병원급 2차 의료기관들의 적자 규모가 3월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데 혹여나 연쇄 도산 사태라도 나면 의료전달체계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의료기관을 살려 놓기 위한 특단의 대책들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이제껏 내놓은 대출 지원, 고용 유지 정책은 생색내기 수준으로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들을 위해 총 4천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하지만 이를 전국 병·의원 수로 나누면 평균 400만원꼴이다. '코끼리 비스킷' 격인데 이마저도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대출이 거절되기 일쑤라고 하니 이런 탁상행정도 없다.

의료기관들의 대거 폐업으로 의료 공백이 생기면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튼실한 의료 생태계 구축이야말로 감염병 대재난에 대처하는 가장 굳건한 보루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실효적 대책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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