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한군의 우리 군 GP 총격, ‘오발’이라고 감쌀 일인가

북한군이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내 우리 군 GP(감시초소)에 총격을 가한 데 대한 군 당국의 감싸기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GP 외벽에 총탄 네 발이 박힌 사실은 조준사격일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데도 합동참모본부는 오발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지만 의도적 도발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근거라고 제시한 것이 "전방 시계(視界)가 안 좋았다" "북한군 교대 시간이었다" "북한군 GP가 우리 군 GP보다 지형적으로 불리한 위치였다" 등 구차한 소리였다. 합참은 북한 대변인이라도 되는가.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총격에 사용된 화기(火器)가 구경 14.5㎜ 중기관총 4개를 한데 묶은 고사총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은 GP마다 1정씩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우리 군 GP와 북한군 GP 간 거리는 1.5~1.9㎞로, 오발로는 이 정도 거리에서 한 발도 아니고 네 발을 한군데에 맞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고사총 등 중화기는 오발 사고 방지를 위해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총기를 격발 상태로 전환하려면 여러 차례 조작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작 실수에 따른 오발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는 합참의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합참의 '오발론'은 다른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사안의 엄중함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선전하는 것 중 하나가 9·19 군사합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남북 접경 지역인 서부전선의 창린도 방어부대의 해안포대 사격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이번 총격은 그런 사실의 재확인이다. '합의'라는 종이 쪼가리가 평화를 지켜주지 않는다. 단호한 대응과 대북 대비 태세가 없으면 평화는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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