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4·15 총선으로 지역민들의 관심이 덜했던 국책 연구시설 사업이 진행 중이다.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이다. 평소 같았으면 대대적인 유치운동이 벌어졌을 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이 사업의 부지를 결정한다. 현재 경북 포항을 비롯해 강원 춘천, 전남 나주, 충북 청주가 유치 의향서를 냈다.
이 사업은 1조원 규모의 연구시설로 산업 지원과 선도적 기초 원천 연구 지원을 위한 것이다.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 산업 발전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생명공학, 반도체, IT, 그린에너지, 나노소자 및 신소재 등 신산업의 원천기술 연구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구조 분석의 성과였다. 세계 1위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연간 1천 시간 이상 EUV(극자외선) 빔라인을 활용하고 있어 방사광가속기는 산업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거대 연구시설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과 산업현장에서는 우리 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여당 대표가 4·15 총선 기간 특정 지역 유치를 약속하며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과학적 논리와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 파급효과와 효율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경북 포항권과 구미권은 SK실트론, KEC, 예스파워테크닉스, 매그나칩 등 다양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있다.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엘앤에프, 씨아이에스, 삼성SDI, GS건설, SK이노베이션 등 이차전지 소재기업들도 풍부하다. 이들 기업은 포항의 기존 가속기 활용에 아주 적극적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방사광가속기의 산업적 활용 촉진을 위해 가속기 기반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등을 구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을 위한 전용 빔라인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가속기를 활용한 산업 발전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구경북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한국뇌연구원,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 바이오 신약 개발 관련 연구기관, 시설 및 기업 등이 집적되어 있는 곳이다.
포항권에는 제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제4세대 선형방사광가속기 등 기존 대형 연구시설이 집약되어 있고,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인 포스텍과 울산과학기술원이 있어 기초·원천 연구에도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
따라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정부가 당초 의도한 기초·원천 연구 및 산업체 지원이라는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최적지인 포항에 건설되어야 한다.
포항은 포스코, 포스텍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 주도의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추진, 우리나라 가속기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3·4세대 가속기를 건설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특히 가속기 준공 이후 25년간 운영해 온 전문 인력이 풍부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포항에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설 경우 기존 방사광가속기와 경주의 양성자가속기와 연계한 가속기타운 건설로 프랑스 그르노블과 같은 비즈니스타운 조성도 기대된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은 방사광가속기 집적을 통한 국가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책 프로젝트가 특정 지역 달래기를 위한 선심성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책사업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