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은 세상 풍파에서 벗어나 고고한 진리 탐구를 하는 전당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외국인들은 인도를 흔히 미련한 거구 동물 코끼리에 비유한다. 그 비유의 저변에는 인도는 땅덩이만 클 뿐, 저개발국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나라라는 비하 심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의 상아탑이랄 수 있는 벵갈루루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인도에 대한 그런 선입견은 한순간에 불식되고 인도의 무한한 잠재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나에게 귀띔해 준 이가 있었다. 인도 출신 국제통상 CEO인 Kumar 씨는 11박 12일간의 인도 현지 답사여행을 마치고 뉴델리공항에서 한국행 항공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필자에게 다가와 인도의 상아탑 벵갈루루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벵갈루루는 인도반도의 중심부에서 약간 남쪽에 위치한 데칸고원의 해발 920m에 자리 잡은 고원도시이다. 오랫동안 옛 마이소르 왕국의 수도로 번영하였으며, 1831~1881년에는 영국 통치부의 본부 역할을 했다. 아열대 지역에 속하면서도 높은 고도 덕택으로 지중해성 기후인 데다 청정 공기, 아름다운 자연경관 등 쾌적한 환경에서 세계 최첨단산업단지를 이룬 인도 내의 별천지다.
고대부터 수학과 과학에 대한 잠재 능력이 탁월하다는 자부심을 가진 인도인들이 세계 최첨단 과학기술연구단지라 자랑하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이곳을 선정했다. 이곳 거주자들은 인도기업뿐 아니라 세계기업의 중추 역할을 한다는 자긍심과 선민의식을 갖고 있다. 기업의 엘리트 두뇌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과 협력업체 기업의 종업원들도 인도인 특유의 누추함, 지저분함의 때깔을 완전히 벗은 세계 선진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
이곳 사업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소위 R&D로 연구(Research)하고 개발(Development)하는 일이다. 이런 고차원적 일을 할 고급 두뇌를 길러내는 교육기관들이 벵갈루루에는 여러 곳 있다. 인도과학대학교(IIS), 인도생명과학대학교(NIBS), 인도경영대학교(IIM), 인도정보통신대학교(IIIT) 등이 그것이다. 인도의 영재들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합격하기 어려운 이들 교육기관에 응시하여 낙방하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재양성기관인 MIT에 가서 응시해 보라고 권한다고 할 정도로 세계 최고 영재교육기관임을 Kumar 씨는 자랑한다.
이 거대도시를 세계적인 연구개발 도시로 성장하게 한 신화의 주인공으로 Infosys Technology의 창업자 무르티다. 그는 청년 시절 사회주의에 심취되어 빈민구제 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몽땅 고아원에 희사하고 자신은 무욕 거사로 살았다. 그러다가 빈민구제 사업은 빈자를 평생 빈자로 살게 하는 결과만 낳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빈자에게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진정한 구제사업이라는 신념으로 자기가 운영하던 조그만 컴퓨터 회사 종업원 7인과 공동 투자하여 IT서비스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1981년 단돈 250달러를 투자해 창업 18년 만인 1999년 인도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2009년에는 47억5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인도의 빌게이츠'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무르티는 글로벌 대기업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창업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기업 투명경영의 모범을 보였다. 그의 업체에 고용된 모든 종업원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스톡옵션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그 업체를 인도 청년들의 꿈의 직장이 되게 했다. 그가 진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60세가 된 해에 자신이 창업하여 혼신의 열정으로 키운 기업인 Infosys Technology의 회장직에서 깨끗이 물러난 일이었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며 반성했다.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이 인도의 Infosys Technology의 창업자 무르티처럼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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