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초도 안때려 숨져" 주장에…재판부 "태권도 1R 1분30초"

변호인 "우발적"-재판부 "짧지 않은 시간"…폭행 살인 3명에 징역 12년 구형
'클럽 집단폭행 치사' 공판서 재판부, "운동하는 사람답게 제대로 설명하라" 호통

'클럽 집단폭행 사건' 이후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 3명 중 한 명(왼쪽). 오른쪽은 현장 인근 CCTV 영상으로, 빨간색 동그라미 속 쓰러진 사람은 숨진 피해자다. 채널A

태권도 유단자들이 일반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클럽 폭행 치사' 결심 공판이 열린 가운데 피고인 측이 "40초도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재판부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 맞받아쳤다.

서울동부지법은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B·C(이상 21세) 씨에 대해 26일 결심공판을 열었다.

피고인들은 지난 1월 서울 광진구 한 클럽에서 피해자 여자친구에게 "이 쪽에 와서 놀자"며 팔을 잡아 끌었다가 피해자와 시비가 붙자 그를 클럽 밖으로 데려간 뒤 가까운 상가에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A, B씨는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를, C씨는 이를 말리지 않고서 방조한 혐의를 각각 받는다. 이 가운데 A씨는 B씨로부터 얼굴 발차기를 맞고 쓰러진 피해자 얼굴을 발로 걷어차 결정적 가격을 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피고인들은 폭행이 너무 짧은 시간에 이뤄져 살인 고의도, 말릴 틈도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A씨 측 변호인은 "실제 폭행 시간은 40초도 되지 않는 등 살인 고의가 없는 우발적 사건"이라 주장하며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수사당국이 상가 주변 CCTV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피해자를 끌고 이동했다가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0초다. 이동 거리를 고려하면 폭행에는 더 짧은 시간이 들었을 것이므로 그 사이 살인 고의가 생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C씨 또한 "왜 말리지 않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고, 다른 사람을 때려본 적 없는 친구들이 일반인을 때리는 모습에 당황했다. 순식간이라 말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태권도 유단자가 일반인을 숨질 정도로 때리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태권도 한 라운드(경기) 시간이 1분 30초정도인데, 피고인들은 그 시간 안에 수많은 타격을 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 아니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C씨에게도 "40초라는 시간은 그렇게 짧지 않다. 말릴 틈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C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검찰 역시 C씨에게 "피고인은 상가에 들어가기 전 이미 피해자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놀라서 말리지 못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서 있던 피해자 얼굴을 '하이킥'한 B씨와, 쓰러진 피해자 얼굴을 '사커킥'한 A씨 중 누구 발차기가 더 강했느냐"고 물었다. "모르겠다"는 B씨 답변에 재판부는 "운동하는 사람답게 구체적으로 제대로 얘기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태권도 시합이었다면 실격인 행위를 거리 싸움 때 행한 점을 비판했다. 태권도 시합이 때 얼굴을 때리는 행위는 반칙이고, 쓰러진 상대선수를 가격하는 건 때에 따라 실격도 될 수 있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대련 때도 보호장구를 갖추고 맨발로 한다. 사건 당시 피고인들은 가죽구두를 신었는데 충격의 크기가 세다는 것을 예상 못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자신들의 폭행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집단 폭행한 점,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난 점 등으로 미루어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25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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