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지역의 인구감소, 면·군단위 명문고 육성으로 막아보자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구경북의 최대 현안은 인구 감소로 인한 면군 단위 소멸 위기이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출향인들은 고향의 모교가 폐교되었다는 소식에 놀라게 된다. 필자의 모교인 영해고의 경우 1970년대에는 영해여상과 영해고를 합쳐서 모두 5반 300명의 학생들이 다녔다. 지금은 양 학교가 통합되었고 입학생은 60명이다. 5분의 1 규모로 줄었다. 초등학교는 폐교가 된 곳도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행정단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지역민들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해왔고 생활권의 기초단위로서 기능해 왔다. 면·군 등과 같은 지역 기초 행정단위가 없어지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조선시대 부사(府使)가 있었던 영해 지역은 1914년 면 단위로 전락하였다. 주민들은 지금도 이를 아쉽게 생각한다.

지역 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뿐만 아니라, 도시로의 전출 억제 등 인구 감소 비율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들이 고향을 기반으로 교육 및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

필자는 면·군 단위의 고등학교를 명문으로 만드는 것이 인구 감소를 막는 타개책의 하나라고 본다. 영덕군의 인구가 1970년대 8만 명에서 현재 4만 명으로 줄었다면 고등학생의 수도 2분의 1로 줄었어야 한다. 그런데 5분의 1로 줄었다. 이는 저출산의 영향에 자녀들을 외지에서 교육시키는 경향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각 면·군 단위에 있는 고등학교가 명문이 되어 지역민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지역의 고등학교로 학생들이 진학을 한다면, 지역 내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진학과 사회 진출에 대한 선배들의 멘토링도 요긴하다. 멘토링이란 앞서간 선배들이 재학생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제도이다. 선배들이 모교를 방문, 강연을 통하여 후배들에게 정신적인 훈시를 주거나 일대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방법으로 멘토링이 진행된다. 면 단위로 갈수록 학생들의 진학을 위한 멘토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사회 진출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렇지만, 사회 진출에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도나 군에서 그러한 롤 모델이 되는 사람들을 찾아서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종합 관리, 이들을 각 학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로 활용하고, 면·군 단위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다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널리 인식시키는 홍보 작업도 병행하여야 한다.

최근 비대면 방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줌(Zoom) 등을 이용한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하여 선배들은 지역 후배들에게 공간적인 격차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점도 충분히 활용하자.

명문 고등학교의 지표는 대학 진학률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으로 나가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경북 지역 고등학교도 시야를 넓혀서 국내 대학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해외 대학 진학도 목표로 삼고 시도해 보자.

경북 지역의 고등학교 동창회 연합과 같은 조직도 결성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인근 지역에 속하는 포항, 영덕, 울진, 영양, 청송의 고등학교는 연합동창회를 개최하면서 힘을 합쳐가는 것이다. 동창회의 체육대회, 송년회를 연합 개최하여 인근 동문들이 힘을 합치고 이것이 재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울진의 고등학교 재학생들의 A대학 탐방 시 그 대학에 울진 출신 교수가 없을 때에는 인근 영덕 출신의 교수가 그 학생들의 방문 절차 등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지역의 고등학교는 명문이 되어가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역의 고등학교를 선호, 여기로 진학하면서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인구의 증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하나씩 모이면 결국 경북 지방은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고 이를 넘어 발전하게 될 것이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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