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정치적 담론에 여론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들도 김 위원장이 제시한 화두의 틀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제1야당이 정치적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4·15 총선에서 역사적인 참패를 기록한 이후 존립까지 걱정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당의 위상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연이은 흥행몰이에도 당의 정체성을 걱정하는 핵심지지층이 동요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정치권에 던진 '뜨거운 감자'가 용두사미(龍頭蛇尾) 식으로 성과 없는 난상토론에 그칠 경우 반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련한 담론제조기'…수구(守舊) 이미지 바꿔
김 위원장은 통합당이 총선 후 당의 수술을 맡길 적임자로 영입을 언급한 이후 ▷차기 대선 후보는 40대 경제전문가 ▷기본소득제 도입 ▷교육불평등이 저출생 원인 등 간단하지 않은 화두를 정치권에 쏟아냈다.
여당으로 완전히 기운 '운동장'에서 통합당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가 당내에 팽배해있던 상황에서 이념적 색채가 강했던 통합당의 기존 구호와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로 극적인 반전을 시도한 것이다.
먼저 김 위원장은 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40대 경제전문가 모델을 지시함으로써 통합당의 과거에 집중했던 국민들의 시선을 미래로 돌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합당 관계자는 "총선 패배 이후 당내 분위기가 반성과 책임공방으로 흐를 수 있었는데 김 위원장이 '차기 주자' 이슈를 내놓으면서 국민들이 당의 미래에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백미(白眉)는 현재 정치권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펼치고 있는 기본소득제 도입 언급이다. 개혁진보정당도 주저했던 국민적 관심사를 '여의도'에 론칭(launching)함으로써 보수당의 지평을 넓혔다는 호응도 얻고 있다.
지역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시대적 과제를 던지면서 여야는 물론 국민들도 김 위원장과 통합당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게 됐다"며 "여당이 원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상황만 두고 보면 이른바 '정국 주도권'을 여당이 쥐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저출산과 교육문제의 인과관계까지 지적하자 통합당이 정책적 지향을 생활정치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지지층 반발…보수당 정체성 논란 가열
하지만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굴러온 돌'이 집안의 기둥뿌리까지 흔드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의 국면전환 성과는 인정하지만, 보수의 기본 가치까지 부정하는 행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차기 대권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 대한민국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라고 김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던진 화두에 기대감이 부푼 국민들에게 상응하는 '선물'을 주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염려도 나온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