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내 ‘유턴’ 기업 유치 핑계로 수도권부터 챙기겠다는 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이 요즘 정부 경제 정책의 화두다.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해외 진출 기업을 자국으로 유턴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리쇼어링을 추진하면서 유턴 기업의 수도권 우선 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가 리쇼어링을 핑계로 수도권 규제를 무력화하는 얕은 수를 쓴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 5일 있은 전국 지자체 투자유치과장 화상 회의에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수도권으로의 리쇼어링을 언급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턴 기업에 대해 수도권 공장총량제 범위 안에서 부지를 우선 배정하겠다고 말했다는데 듣는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또한 정부는 유턴 기업에 보조금 150억원을 지원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리쇼어링 대책을 발표하는 등 수도권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아직 몇 되지도 않는 마당에 벌써부터 정부가 수도권부터 챙기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속이 너무나 빤히 들여다보인다. 정부가 리쇼어링의 수도권 우선 배정을 언급함으로써 기업들의 관심도 수도권으로 쏠릴 텐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연 어느 기업이 지방으로의 투자를 고려하겠는가. 정부가 앞장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내팽개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안 그래도 공공기관 추가 이전 문제에도 미온적인 정부가 리쇼어링마저도 수도권을 우선시한다면 말로만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실현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LG그룹 계열사들의 탈(脫)구미 현상 사례에서 보듯 지방의 산업단지 공동화는 날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리쇼어링의 방향은 의당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유인책 확대여야 한다.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들을 지방의 기존 산업단지를 혁신하는 촉매제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정부는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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