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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구글신(神)과 세금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현대인들은 늘 스마트 기기와 대화한다.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은밀한 속내마저도 스마트폰 또는 PC 검색창에 입력한다. 이 '디지털 친구'는 입이 무거울 것 같지만 그건 착각이다. 디지털 기기에 입력된 정보는 서비스 제공 사업체 서버에 남김없이 저장된다. 사람들이 열심히 데이터를 갖다 바치다 보니 포털 서비스는 이제 세상사를 다 아는 경지에 이른 듯하다. 오죽했으면 '구글은 모든 것을 안다'는 의미로 '구글신(神)'이라는 말마저 생겼을까.

검색 서비스사들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 수도 있다. 믿기지 않는다면 자신의 구글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보라. 놀랍게도 구글은 당신의 연령대와 성별, 관심사, 취미, 소득 수준, 기혼 여부 등 민감한 내용까지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구글에 이런 정보를 제공한 기억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정보들은 구글의 인공지능이 당신의 신상을 추정한 결과물이다. 당신이 평소 했던 검색, 광고 클릭, 유튜브 시청, 구매 기록, 매장 방문, 위치 이동 등 행위를 구글이 맞춤 광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분석해 놓은 것이다.

구글은 유저들이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광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수익을 챙긴다. 야후,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톡 등 대부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수익 모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계 굴지의 ICT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쥐 눈곱 수준이다.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면서 본사가 위치한 나라에 세금을 내는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한다. 8조3천억원 규모인 국내 앱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은 지난해에 각각 5조9천억원, 2조3천억원을 벌었지만 서버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앱 매출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런 조세 불공평을 해소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세(稅) 도입 목소리가 높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에 합당한 세금을 물리자는 요구다. 코로나19사태 여파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 재원 확보 차원에서도 디지털세는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ICT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원천 중 거의 대부분은 유저들이 제공한 데이터들이다. 대동강 물 파는 격일진대 소득이 있는 곳이라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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