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루아침에 사라진 아버지 유해를 찾아주세요"

포항 한 구획정리조합 부지에서 분묘 갑자기 사라졌지만 아무도 이유 몰라
조합 측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우리도 답답"
경찰 '분묘 훼손 수사' 착수

지난 1일 포항 구룡포구획정리조합 부지에서 사라진 분묘. 묘 연고자 제공.
지난 1일 포항 구룡포구획정리조합 부지에서 사라진 분묘. 묘 연고자 제공.

"아버지 묘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는데 아무도 모른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지난 1일 오전 선친 묘를 돌보러 부산에서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온 A(65)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아버지가 누워계셔야 할 묘가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묘 자리가 구룡포구획정리조합 부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장과 관련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기에 파헤쳐진 채 방치된 모습이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물으려 조합에 연락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 황당한 내용이었다. 지난달 30일 조합이 시신 16구에 대한 분묘 이장 절차를 진행하긴 했지만 A씨 아버지 묘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부인 소행이 의심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는 "지난달 30일까지 있었던 묘가 하루 지난 31일 사라졌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조합이 한다. 외부인이 뭣하러 묘를 파헤쳐 시신을 가져가겠느냐"며 "믿으라는 건지 놀리는 건지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A씨 아버지 묘는 1972년 5월 세워졌다. 이 시기는 남의 땅에 묘를 함부로 세우는 것을 막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법'이 시행되기 훨씬 전이다. 묘를 세운 지 20년이 지나면 '분묘기지권'을 가질 수 있었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허락 없이 묘를 세워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면 일종의 지상권을 인정받는 것으로, 땅이 팔려도 권리가 유지된다. 만약 이 권리가 인정되는 묘지를 개발 목적으로 '무연고 묘지' 처리한다고 해도 화장 후 10년 간 봉안해야 한다. 하지만 A씨 아버지의 유해는 이런 절차를 생각할 것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A씨는 "지난 5월 조합 측으로부터 아버지 묘에 대한 연고자로 제 휴대전화 번호를 기재해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는 조합도 유가족 동의 없이 묘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이진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정말 우리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십 기의 분묘를 이장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이장 절차를 진행한 업체도 실수가 없었다고 해 다른 가능성들을 두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현재 A씨의 요구로 조합 측이 포항남부경찰서에 묘가 사라진 이유를 밝혀달라는 취지의 수사를 의뢰해 사건이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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