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하영의 우리말 장맞이]<1>이 세상 최고의 눈

우하영 우리말 연구가

우리말 사전상 고유어인 '눈'이란 낱말은 물체를 볼 수 있는 감각기관이나 시력 또는 어떤 사물에 대한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 따위를 가려내는 능력 및 어떤 사물에 대해 갖는 생각이나 태도 등을 아우르는 말로서 그 형상에 따라 각양각색의 표제어로 버젓이 자리매김되어 있으며 그 풀이 또한 참으로 재미있다.

우선 그 모양이 사나워 부정적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는 '도끼눈· 갈퀴눈· 갈고리눈· 가자미 눈· 가시눈· 송곳눈' 등이 있다 . 눈 중에 제일 무섭고 표현 강도가 높은 '도끼눈'은 '몹시 언짢거나 못마땅하거나 분하거나 미워서 화를 내며 쏘아보는 눈'으로 '도끼눈을 뜨고 죽일 듯이 노려보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와 같이 쓴다.

이에 뒤질세라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갈퀴눈'이 있다. '화가나서 눈시울에 모가 난 험상궂은 눈'을 말한다. 통속 소설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심술 고약한 시어머니의 상징 같은 '갈고리눈'을 빠트리면 섭섭할 터, '눈초리가 위로 한껏 치켜 올라간 눈'을 말한다.

'부아가 나서 옆으로 흘겨보는 눈'을 가자미의 눈에 비유해 이르는 '가자미눈'도 보란 듯이 한몫 끼이는데 '살짝 흘겨보는 어린 손녀딸의 가자미눈이 귀여워 죽겠다는 할머니'처럼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저 날카롭게 바라본다'는 의미의 '가시눈'과 동의어인 '송곳눈'은 '자식놈 흉 좀 봤다고 가시눈(송곳눈)을 하고 대드는 통에 혼났다'로 쓴다.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큰 코 다칠 눈도 있으니 이름하여 '곁눈'과 '한눈'이다.

시험 부정행위나, 상대에게 은밀한 뜻을 알리기 위한 수단 등으로 이용되는 '곁눈'은 '얼굴을 돌리지 아니하고 눈동자만 돌려서 보는눈'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첫 음절을 길게 발음하는 '한-눈'은 '정작 보아야 할 데는 보지 않고 엉뚱한 데를 보는 눈'으로 특히, 운전시 절대 금물인 이 눈을 두고 '옆눈'으로 표기하면 잘못이다. 또 '한눈'의 첫 음절을 짧게 발음할 경우 '잠을 자려고 잠깐 붙일 때의 눈' 이란 뜻이 되어 '피곤하니 한눈 붙인 후 다시 시작하자'처럼 쓰는데서 보듯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이 됨을 유의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고 딱히 표현하기가 좀 서하고 그런 눈도 있으니 이르바 '독살스럽고 징그럽다'는 뜻을 지닌 '뱀눈', 헌데나 상처 따위로 말미암아 눈두덩 위의 살이 찍어 낸 것처럼 된 '게뚜더기눈', 유달리 크고 툭 불거져 나온 눈인 '딱부리눈', 눈병을 앓거나 하여 눈 가장자리가 늘 짓무른 '진눈', 눈시울이 축 처져 늘어진 '거적눈', 항상 위를 쳐다보는 것 같이 눈 의 꺼풀이 쳐들린 '들창눈', 한쪽 눈의 시선이 바르게 향하지 안는 '사팔눈'(일면:사시안 )과 시각을 잃어버렸거나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는 눈이라는 뜻의 '먼눈'등으로 '글씨가 커서 먼눈으로도 잘 보인다'처럼 쓴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재미있는 눈들도 적잖은데 듣기만 해도 앙증맞은 벱새눈·좁쌀눈·실눈·속눈·짝눈·샛눈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뱁새눈은 '작고 가늘게 옆으로 째져 귀엽고 깜찍하게 생긴 눈'이며 가늘고 길거나 혹은 가늘게 뜬 눈을 일컫는 '실눈'과 감은 듯 만 듯한 '속눈' 그리고 한 쪽 눈이 작은 '쪽눈', 감은 듯이 살짝 뜨고 보는 애교 만점의 '샛눈', 눈중에 제일 작은 '좁쌀눈, '곁눈'과는 헷갈리는 눈으로 조끔은 떴으나 겉으로는 자는 것 같이 보이는,가장 수면에 딱인 '겉눈'등이 있으며 '겉눈을 감고 거짓으로 자는 척했다'와 같이 쓴다

그렇다면 눈 중에 색다른 눈 '업혀 가는 돼지눈'과 '자라눈'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

전자는 '잠이 와서 게슴츠레한 눈'을 빗대어 놀리는 속담이고, 후자는 '젖먹이의 엉덩이 양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며 이밖에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환히 볼 수 있는 도통한 마음의 눈을 일컫는 '하늘눈'과 여러 사람의 시선을 뜻하는 '남의눈', 발가락 밑의 접힌 금이 갈라져 터진 '까치눈, 눈동자에 좁쌀만 하게 희거나 붉은 점이 생겨 쑤시고 눈동자가 붉어지는 병을 일컫는 '삼눈'과 손, 발가락 사이에 박힌 '티눈' 등은 모두 본문의 눈들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세상에서 '가장 맑고 밝고 아름다운 눈'은 과연 무엇일까?

양귀비의 눈일까 미스코리아의 눈일가? 아니면 트럼프의 딸이자 패션 모델 출신의 '이방카'의 눈일까?

다 틀렸다. 정답은 삼백예순날 자식농사 짓느라고 밤에 자지 못한 '뜬눈'으로 노심초사하셨던 우리 모든 '어버이의 눈'이다.

우하영 우리말 연구가

우하영 우리말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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