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한국은행은 지난 1일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보다 3.2%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4분기 –3.3%를 기록한 이래 12년 만의 최저 수준. '코로나 경제 대란'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숫자는 추상적이다. 추상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통계는 개별성과 고유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3.2%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에게 공허하게 들린다. 피눈물 나는 현실을 거울처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70~80% 준 음식점이 수두룩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일부 업종은 아예 영업을 못한다. 손님이 없어 스스로 휴업하거나 폐업한 가게들도 많다.
벌이가 없어도 임대료와 인건비는 꾸준히 나간다. 어떻게 감당하냐고? 빚내서 버티고 있다. 2분기 예금대출기관의 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천328조2천억원. 1분기 말보다 69조1천억원(14.2%)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의 대출 증가 폭은 47조2천억원으로 가장 컸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우울하다", "집콕, 방콕이 답답하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많다. 자신만의 '홈 트레이닝'이나 '육아 팁'을 자랑하는 콘텐츠도 넘쳐난다. 몇 백 번 휘저어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람들이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견뎌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콘텐츠만 보고 있으면, 현실은 왜곡된다. 코로나 사태는 무료하고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죽을 지경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큰 착각이다. 중산층에 편향된 코로나 시대 일상일 뿐이다.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겐 위화감으로 다가온다. 당장 굶어죽을 지경인 사람들에게 코로나 블루는 감정과잉으로 여겨진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구체적 고통의 크기는 다르다. 코로나 사태는 성장의 그늘에 가린 취약층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손님이 급감한 영세 자영업자는 생계난에 허덕인다. 그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고립'으로 읽힌다.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보호는 코로나19 방역에서 중요하다. 코로나는 모두의 기본 생활, 기초 건강을 지켜주지 못하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지금까지 방역 지침을 잘 따랐다. 문을 닫거나 제한 영업을 하면서 손실을 감수해왔다. 하지만 고통의 한계치가 온다면? 생각만 해도 두렵다. 코로나 위험 속에서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미국 시민들의 시위를 지켜본 적이 있다. 건강과 감염 예방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연대하고 배려해서 대응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가장 취약하고 고통받는 계층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값진 교훈을 줬다. 성장과 효율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 전문가들은 주기적인 감염병 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그 주기는 갈수록 짧아질 것이란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이제는 감염병 시대에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모두가 안전하고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이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희망을 봤다. 코로나 1차 대유행 때 보여준 대구경북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대구경북 사람은 봉쇄 조치가 없는데도 이동을 제한했고, 귀한 마스크를 나눠 가졌다. 연대와 배려가 나와 이웃을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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