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뭘까? 행복의 실체가 있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형태는 알 수 없지만 행복은 우리들 삶 속에 늘 어딘가에 '끼어'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과 또 다른 내 마음 사이, 너와 나 사이, 어제와 오늘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에 끼어있다. 끼어있으므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갈망하며 가까이 가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행복이다. 어쩌면 우리 삶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의 연속이 아닐까?
김현숙 시인의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를 펼쳐 든 순간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 나오는 틸틸과 미틸이 된 기분이었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갖은 모험을 하지만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처럼.
김현숙 시인은 푸른 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첫 번째 동시집 '특별한 숙제'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로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시인은 "시를 읽고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생각해 준다면 좋겠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작가의 바람은 성공한 것 같다. 왜냐하면 시인은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을 한 편의 아름다운 노래처럼 곳곳에 배치하여 행복을 품게 했기 때문이다. 시어들은 오래도록 곱씹어도 변하지 않는 행복이었다.
'버려진/ 고무신에/ 팬지꽃 피었다// 신발 신은 팬지꽃/ 행복하겠다// 걷고 싶겠다' (팬지꽃 신발)
우리는 일상에 쫓기어 소소한 행복들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하고, 일상을 헤매다 놓쳐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현재 내가 찬란하지 않아도, 빛이 나지 않아도 '버려진 고무신'과 '팬지꽃'을 통해 행복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에게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삶 곁에서 행복을 키워 나가라고 말한다.
'잎 한 장 없이/ 줄기만/ 쭉/ 쭉/ 뻗어 내린다/ 땅에/ 닿아서야/ 비로서/ 핀다// 톡'(비꽃)
'이름'은 특정한 고유한 이미지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비'는 긍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인은 '비'를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으로 승화시켰다. 비가 내리면 궁상맞게 바라보던 나에서, 앞으로는 '비꽃이 내린다'고 읊조릴 것 같다. 그리고 그 비꽃을 바라보며 행복해할 것 같다.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게 힘을 빌리지 않을 거야(중략)멀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내 힘으로 갈 거야// 톡 톡 톡// 내 길을 갈 거야'(봉숭아 씨앗)
우리는 삶이 힘들어지면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은 나와 행복을 나누는 사이라는 것을 간과한 채 말이다. '봉숭아 씨앗'은 힘들지만 그 삶을 마주하고 행복을 위한 여행을 결심한다. 시인은 우리에게 '봉숭아 씨앗'을 통해 행복은 비밀의 문이 아니라 마음만 열면 언제나 열려있는 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행복은 추억에도 있지 않고, 미래에도 있지 않고, 현재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행복을 찾는 사람이 아닌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김현숙 시인의 '아기 새를 품었으니'가 파랑새를 만나고 그 품에 안기는 길로 인도할 것이다.
최중녀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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