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㉔ 안동산불이 주는 메시지

경북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 산불 피해 현장. 조림을 위해 불에 탄 나무 벌채가 한창이다.지난 4월 24일~26일, 2박3일간 산림 1천944ha를 태운 안동산불은 피해면적으로 역대 6번째 규모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 산불 피해 현장. 조림을 위해 불에 탄 나무 벌채가 한창이다.지난 4월 24일~26일, 2박3일간 산림 1천944ha를 태운 안동산불은 피해면적으로 역대 6번째 규모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 뒷산.

속절없이 다시 민둥산이 됐습니다.

압록강 건너 낯선 북녘 땅 인줄 알았습니다.

파란 제무시(G.M.C)가 벌목현장을 누비던

초롱불의 70년대 산판 현장인줄 알았습니다.

지난 4월 풍천에서 남후까지 번지 안동산불.

초속 8m 강풍에 이틀 밤 사흘 낮 동안

1천944ha 산림을 싹 태운, 역대급 이었습니다.

최근 20년 간

1천ha 이상 집어삼킨 대형 산불만 해도 10건.

대형 화마가 고성·강릉·동해·삼척을 지나

이젠 안동까지 남하했습니다.

바다 건너 사정은 재앙 수준입니다.

지난해 9월, 호주 남동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수 개월간 우리나라 면적의 63%를 쓸고

4만 마리에 가까운 코알라,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을 앗아갔습니다.

올 여름 미국 서부해안 3개 주에서는

남한의 20%에 이르는 마을과 터전이,

동토의 땅 시베리아·극동지역에서도

남한의 1/10크기의 산림이 불바다가 됐습니다.

산불이 성이나 지구를 위협하는 괴물이 됐습니다.

이 또한 기후변화의 부메랑입니다.

온난화로 건조일수가 늘어

산불을 막아주던 '방어 습기'는 힘을 못 쓰고

불씨는 기세가 등등해 산을 날아다닙니다.

경북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 산불 피해 현장. 조림을 위해 불에 탄 나무 벌채가 한창이다.지난 4월 24일~26일, 2박3일간 산림 1천944ha를 태운 안동산불은 피해면적으로 역대 6번째 규모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 산불 피해 현장. 조림을 위해 불에 탄 나무 벌채가 한창이다.지난 4월 24일~26일, 2박3일간 산림 1천944ha를 태운 안동산불은 피해면적으로 역대 6번째 규모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이 민둥산에 언제 다시 토끼가 뛰고

호주의 코알라는 또 언제 얼굴을 내밀까요.

개미는 13년, 새는 19년, 야생동물은 35년.

토양 복원은 무려 1백년...

국립산림과학원이 분석한 산불지역 복원 햇수입니다.

여름을 통째 해치웠던 비.

한방울이 아쉬운 초겨울입니다.

바싹 마른 산천, 잔뜩 벼른 불씨가

꼭 폭풍전야 같습니다.

땅에선 산불감시원이, 하늘에선 소방헬기가

오늘도 목청을 높여 산길을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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