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묻지마식 짝사랑이 낳은 참사…TK, 정치적 고립무원 위기

여야 내년 선거 앞두고 노골적 외면…일방적 의리 지키기 대가 혹독
민주, 가덕도신공항 밀어붙여…국민의힘도 재보선 승리 중점
이익 관철 전략적인 행보 필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이 정치적으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밀어붙이는 여당은 TK는 안중에 없다는 듯 노골적으로 부산경남에 모두걸기를 하고 있고, 그동안 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지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기했던 국민의힘조차 당면한 선거를 이유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역 정치권에선 묻지마식 보수정당 짝사랑이 낳은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하고 이제라도 지역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전략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특별법에는 행정절차 단축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결정으로 지역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라며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처럼 선거를 고려한 오락가락 행정으로 지역갈등을 조성하고 희망 고문하는 무책임한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신공항 확장사업 백지화 결정 후 반발여론이 들끓고 있는 TK의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TK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텃밭'이라며 아쉬울 때는 간이라도 내어줄 듯 하던 국민의힘도 TK의 비빌 언덕이 전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당면한 부산시장 보궐선거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가덕도신공항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아직 어디로 간다고 확정된 사항이 없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방법이 없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내년 4월 보궐선거 결과에 정치적 명운이 걸린 김 위원장이 TK를 두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기에 여당과 함께 특별법 발의에 나서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의 '선거부터 이기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설득에 당내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상황도 악재다.

◆'묻지마식' 지지에 따른 예고된 참사

TK의 처지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선 올 것이 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정당에 대한 일방적인 의리 지키기로 일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검토할 때 청와대에 드러누워 '절대 안 된다. 이제 갓 싹을 틔운 대구경북 민주당을 죽이는 선택'이라고 악다구니라도 쓸 금배지 하나쯤은 남겨 놨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호남 사이에서 전략적인 선택으로 세종시를 챙기고 국회 분원까지 확보하려는 충청권과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해 민주당에 잡아놓은 고기가 아니라는 경종을 울린 호남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는다는 평가다.

아울러 국민의힘에 대한 성토도 이어진다. 지난 4월 총선 공천과정에서 텃밭에 대한 도를 넘은 무례에도 보수당에 대한 의리를 지킨 TK가 너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구경북에 대한 중앙당의 무성의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며 "토사구팽도 이런 토사구팽이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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