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모구자'(吹毛求疵). 짐승 몸의 털을 불어 흠집을 찾는다는 뜻이다. '한비자'(韓非子)의 '터럭을 불어서 작은 흠집을 찾지 않고, 알기 어려운 것을 때를 씻어내면서까지 살피지 않는다'(不吹毛而求小疵, 不洗垢而察難知)에서 나왔다. 쉽게 말해 '털어서 먼지내기'다.
권력자가 반대자를 제거할 때 흔히 이런 수법을 쓴다. 스탈린이 동료 볼셰비키를 숙청할 때 그랬다. 1924년 스탈린은 제정 러시아 경찰 기록을 뒤져 트로츠키가 1913년 동료에게 "현재 레닌주의의 모든 체계는 거짓말과 허위 위에 서 있다"고 쓴 편지를 찾아내 '프라우다'에 공개했다.
레닌주의의 정통성을 부정한 만큼 이는 치명적이었다. 트로츠키는 군사 인민위원직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레닌 사후 권력투쟁 과정에서 스탈린과 합세해 트로츠키를 궁지로 몰았던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도 그렇게 당했다. 1917년 10월 혁명 발발 당시 당이 봉기하기로 했을 때 두 사람은 '전술적' 이유로 반대했는데 스탈린은 뒤늦게 이를 '혁명 파괴 행위'로 둔갑시켰다.
청(淸)의 건륭제도 취모구자를 적극 활용했다. 대상이 사람이 아닌, 건륭제의 표현을 빌리면 만주족 정권에 반항하는 '반만적'(反滿的) 서적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 수단이 230만 쪽, 10억 자로 '동양사상의 기념비적 집대성'이란 찬사를 받는 '사고전서'(四庫全書)의 편찬이다.
그 목적은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책을 수집·검열 즉 취모(吹毛)해 반만적 표현을 색출 즉 구자(求疵)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2천400종 이상의 책이 폐기되고 400∼500종의 책이 건륭제의 명으로 '개정'됐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로 내건 '판사 사찰'도 전형적인 취모구자다. 지난 2월 대검이 작성한 '판사 성향 분석' 문건이 '판사 사찰'이라는 것인데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판사 사찰'이라고 한다. 윤 총장을 쫓아낼 '거리'를 찾았으나 마땅한 게 없자 이렇게 '오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윤 총장을 징계하려 한다. 참으로 야비하고 치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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