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르기에 아름다운 우리 삶" 성서종합사회복지관 허지영 씨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허지영 씨가 VR을 활용한 아동극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허지영 씨가 VR을 활용한 아동극 '다름아 vr랑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우리 모두가 특별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허지영(43) 씨는 "신당동은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일정도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이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존재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대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출신인 허 씨는 2003년 한국에 연수 차 입국해 3년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구미 사업장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곳에서 휴대전화 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남편을 만나 2008년에 결혼, 한국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한국 정착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허 씨는 "일부 짓궂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는 치약이나 칫솔이 있냐며 무시를 하거나, 쓰레기 불법 투기 등의 문제가 생기면 이유 없이 의심하는 등 차별을 받기도 했다"며 "식습관도 다르고 문화도 많이 다르다 보니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생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다문화 사회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허 씨는 "구미 사업장에서 많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 공부를 했다"며 "그러던 중 대구로 이사를 하게 됐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복지관에서 다문화 강사로 등록하고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허 씨는 특유의 꼼꼼한 성격을 살려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샌드아트 공연을 다녔다. 그는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흰색 양들이 있는 곳에 까만 양이 들어와 처음에는 서로 힘들었지만 결국 함께 잘 지냈다'는 이야기 등을 도서관, 학교 축제, 아동센터에 다니며 3년 동안 전해왔다"라며 "샌드아트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다문화 사회의 중요성과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뿐만 아니라 VR을 접목해 다문화 사회 알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허 씨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몽골, 루마니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 어벤져스가 '다름아 vr랑해'라는 아동극을 직접 제작하고 출연까지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다문화를 이해하고 인식이 개선돼 함께 마음 편히 사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복지관 선생님과 함께 실시한 다문화 수용 설문조사에서 98%에 달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달성하기도 했다"며 "희망이 보이는 만큼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동화
동화 '같은 일곱 다른 일곱'을 각색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를 배경으로한 아동극을 제작·출연한 이주여성들의 단체 사진. 허지영(오른쪽 세번째) 씨는 동화에서 닭 역할을 맡았다. 성서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앞으로 허 씨는 이주 여성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나 한국인 가정의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아동극을 제작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함께 협업해 본다면 더욱 더 빠르게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구슬땀을 흘리며 하나 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주축이 될 아이들을 앞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후원하고, 대구광역시 주최, 대구광역시·구·군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한 '2020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V-Korea X 대구' 대회에서 최우수상(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표창)을 받았다.

그는 "우리가 만든 동화는 가상 현실이였지만 우리의 소망과 꿈은 생생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문화 가정이 온전하게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함께 활동해 온 이주 여성들과 최한구 지역 조직화 팀장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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