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늘, 어제와 내일을 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오늘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겠다는 날도 있다. 어쨌거나 오늘은 어제 다음날이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은 오늘이 지나야 온다. 매일 매일의 오늘은 어제도 내일도 품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을 잘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심기일전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한 아침에 일정이 취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변수로 대면과 비대면이 일상이다. 어제도 온라인 세미나를 했다. 매주 한 번씩 접속하는 온라인 토론이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여럿이 한 화면에서 보고 대화를 하다가 접속 종료 후 순식간에 사라지는 얼굴 뒤 텅 빈 화면도 익숙해진다.

확진 증가세로 온라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두 달 동안 대면 세미나로 진행해 온 다른 일정도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일일 확진자의 증가로 온라인 환경은 더 늘어나고 또 더 빨라진다.

장거리 출장에 앞서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다가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스케줄 변경문자가 오지 않을까 내심 기다린다. 장거리 이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없지 않아서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으로 개인방역을 잘 지키면 될 것이라는 믿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이 깊다. 기다리는 문자는 오지 않는다.

미술관도 다시 일시 휴관이거나 예약을 하지 않고는 관람할 수 없다. 그래서 인터넷을 더 열심히 보고 일정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헛수고다. 관공서도 학교도 동네식당이나 친구들과의 약속도 코로나 변수로 자꾸 스케줄이 꼬인다. 어떻게 풀어가면 오늘 행복한 하루가 될까.

온라인 전시를 위해 작가들과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나 온라인을 통한 작품 감상의 가치와 방법을 위한 토론을 한다. 평면이나 입체 그리고 영상 설치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다. 전시장 전시보다 온라인 전시를 위해 더 많이 만난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작품으로 흡수하는 방식이 필요해서다.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까지 고려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연구가 필요하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들이 코로나로 더 빨리 현실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창작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든다. 작품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예술가를 만나 한상 차려진 작품관련 자료를 보면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정신과 마음의 보약이다. 확실히 예술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준다. 어제와 내일, 이전과 이후, 이곳과 저곳, 그 사이를 생생하게 살아가는 매일 매일의 오늘, 생명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시간이다. 오늘, 어제와 내일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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