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비(판공비)를 전액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주시의회는 지난 11일 열린 제204회 정례회의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상주시가 제출한 각종 업무추진비 중 정재현 의장의 업무추진비(2천892만원)와 임부기 부의장의 업무추진비(1천380만원)만 전액 삭감했다. 시장과 부시장 등 시청 간부의 업무추진비는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통상 지방의회가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의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하는 사례도 드문 데다 자신들의 동료이기도 한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비를 한 푼도 남김없이 전액 삭감한 것은 전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조치로 알려졌다.
이날 시의회는 이 같은 삭감조치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시의회 안팎에서는 다분히 감정적인 처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내비치고 있다.
시의원 17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이번 삭감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지난 6월 말 다수당인 '국민의 힘'에서 당내 경선을 통해 안창수 시의원이 시의장으로 내정됐는데 당론을 따르지 않고 정 의장이 출마해 당선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의장 불신임안을 주도해 가결시켰다.
이에 정 의장은 법원에 불신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지난 9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16일 만에 의장직에 복귀했다.(매일신문 9월 8일자, 11일자 10면, 26일자 10면 등)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시 의장 불신임을 주도한 이들은 지난 10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민에게 상주시의회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여줘 죄송하다"며 "시의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의장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하면서 당시 사과를 무색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사회에선 특정당 내부의 정치적 문제를 민생과 지역현안을 다루는 시의회에서 계속 거론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정 의장과 임 부의장은 ▷공무출장 ▷통상적인 손님 접대 및 격려 ▷업무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교육 등에서 식사 한 끼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만약 사비로 손님 등에게 식사와 격려품 등을 제공할 경우 공직선거법(기부행위 금지제한 등)에 저촉될 소지가 커 사실상 업무수행 전반에 발이 묶인 셈이다.
정 의장과 임 부의장은 말을 최대한 아끼면서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한다. 업무에는 한 치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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