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가와이(かわいい·'귀엽다'는 뜻) 문화'라는 말이 있듯이 '귀여움'에 열광하는 특징이 있다. 일본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가와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애쓰며 유능한 여성조차 재능을 드러내기보다는 귀여움을 발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여성의 가정적, 사회적 지위를 낮추게 하고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억제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이 지난해 남녀평등을 지수로 나타내는 '젠더 패리티'(Gender Parity·젠더 공정성)지수를 발표했는데 일본은 0.652(1에 가까울수록 평등)의 수치로 153개국 중 121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08위(0.672), 중국은 106위로 일본과 비슷해 경제 강국인 동북아시아 3국의 여성 지위는 개발도상국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특히 일본은 처음 실시했던 2006년의 지수 순위가 80위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후퇴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여자가 무슨 대학 진학이냐' '여자는 집안일에나 신경 써야 된다' 등의 사회적 편견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2018년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보면 여성은 50.1%로 남성의 56.3%보다 6.2%포인트나 낮았으며 시골 지역으로 갈수록 그 격차는 더 컸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은 경우는 선진국에선 극히 드문 현상이다. 한국만 해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
지난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부인 마사코(雅子) 왕비가 남편과 나란히 앉아 대국민 새해 인사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왕실 영상을 통해 마사코 왕비는 일왕이 발언한 뒤 힘든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의 평온을 기원했다. 30초가량의 짧고 평범한 새해 인사였지만, 왕비가 일왕과 동석해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마사코 왕비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결혼 전 촉망받는 외무 공무원으로 일하다 나루히토의 배필로 알려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결혼 후 외부와의 자유로운 접촉이 차단된 왕실 생활을 하면서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앓았으며 최근에는 차츰 호전됐다고 한다. 마사코 왕비가 일본 왕실의 금기를 깸으로써 일본 사회에 변화의 울림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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