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해부대 뜨고 주한 이란 대사 초치…외교부 이란에 교섭 대표단 보낸다

외교부 1차관 10일 이란 방문 이란
미국 對이란 경제봉쇄에 韓-이란 원화결제시스템도 동결
미국·이란 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

청해부대 최영함(4천400t급)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나포 상황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정부 관계자는 5일
청해부대 최영함(4천400t급)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나포 상황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정부 관계자는 5일 "청해부대가 오늘 새벽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해 임무 수행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33진 최영함은 전날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가 이란에 나포됐다는 상황을 접수한 직후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으로 급파됐다. 사진은 2019년 최영함의 임무수행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이란에 억류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이 조기에 풀려날 수 있도록 현지 교섭에 필요한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한국 선박 해방작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오는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청해부대 최영함(DDH-2, 4400t급)은 5일 새벽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도착해 임무수행에 돌입했다.

청해부대가 그동안 이란 인접 호르무즈해협에서 훈련을 한 적은 다수지만 이란 본국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선박 나포 과정에서 국제법 위반을 검토하고 필요 시 미국을 포함한 제3국과의 협력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국적의 유조선
한국 국적의 유조선 '한국케미'가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함정들에 의해 나포되고 있는 모습. 이란 국영 TV는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에서 환경 오염 유발을 이유로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타스님 통신 제공] 연합뉴스

◆ 나포 이유로 환경문제 거론한 이란 '증거는 없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 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 대표단이 이란 현지에 급파돼 이란 측과 양자 교섭을 통해서 이 문제의 현지 해결을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반장으로 하고 아중동국과 해외안전관리기획관실 직원 등으로 구성된다.

4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우리 국적 화학제품 운반선 '한국 케미' 선박은 이란 반다르압바스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선박과의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정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차장, 위기관리센터장 주관으로 외교부, 해양수산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 화상회의를 열고 범부처적인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전날 사건을 인지한 즉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와 현장 지휘반을 가동하고, 관계기관 및 부내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의 영사를 선박이 입항한 이란 남부에 급파했으며, 이날 오후에는 강경화 장관 주재 대책본부회의를 열었다. 이란 측은 해당 선박이 억류된 이유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선박이 해양오염 활동을 여러 번 했다는 고소가 들어와 사법절차를 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선박이 어떤 해양오염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 선사

'DM쉬핑'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상대국에 대한 사전설명 없이 공해(共海)상에 있던 선박을 나포한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조선 억류 관련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왼쪽)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만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유조선 억류 관련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왼쪽)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만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 CNN "韓 선박 억류는 미-이란 대립 희생자"

일각에서는 한국 선박 억류가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모양새는 한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시위의 대상은 미국이라는 것이다.

우리 선박이 나포당한 날, 이란 관영통신은 순도 20%의 우라늄 농축 작업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를 일방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복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고 조 바이든 당선자가 곧 취임하는 상황을 맞아 미국의 대이란 정책 노선을 타진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우리 선박 억류 역시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이란의 존재감을 '과시'해 향후 있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점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국적 선박이 나포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국은 (미·이란 대립의)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희생자"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2019년 5월부터 한-이란 원화결제시스템이 동결되면서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기존에는 국내 A기업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경우 이란 중앙은행 원화계좌에 수입대금을 송금하고 이를 다시 국내 B기업에 수출대금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란산 석유 대금이 이란에 수출하는 우리 제품 수출 금액보다 월등히 더 많다. 이에 따라 한-이란 간 원화결제시스템 동결로 현재 우리나라 은행에 있는 이란산 석유 대금은 65억~90억달러(약 7조 8000억~10조 8000억원)에 달한다. 국제 제재로 외화자금이 부족한 이란은 막대한 석유대금이 동결된 상황에 여러 번 불만을 표현해왔다. 이에 우리나라는 이를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인도적 물품의 수출 대금으로 사용하도록 이란 측과 협의하고 제재 면제를 위해 미국 측과도 소통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 측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그 대금을 국내 동결된 원화를 통해 결제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었고 최근 미국 재무부에서도 특별 승인을 받았다"며 "이외에도 이란이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만든 독감백신을 원조받았는데, 이를 운송하기 위한 화물기가 미국 제재 대상이라 우리 측이 미국과 협의해 이에 대한 승인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 국장은 이날 오후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최 차관의 방문 전 한국 선박의 억류 문제가 해결돼 인도적 교역 확대 문제가 우호적 분위기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란 대사는 "같이 노력하자"라고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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