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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투리' 좌담회] 사투리 대신 아름다운 '지역 언어'로 불러주세요

보존·활성화 방안 논의의 場 만들어…김주영 작가·이철우 경북도지사·신일희 계명대 총장 좌담회

사투리 좌담회.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투리 좌담회.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매일신문과 계명대학교가 공동으로 6개월간 연재한
매일신문과 계명대학교가 공동으로 6개월간 연재한 '다시, 사투리' 특집 기사를 마무리짓는 좌담회가 지난 18일 계명대 총장실에서 열렸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매일신문과 계명대학교가 공동으로 '다시, 사투리'를 6개월 동안 연재했다. 왜 지금 다시 사투리를 꺼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문학과 영화 속에서 사투리의 활용성을 살피고, 사투리 보존과 확산에 나서고 있는 이들을 만나 사투리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어 중국, 미국, 일본의 사투리 현실과 보존대책을 알아보면서 우리 사투리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만들었다. '다시, 사투리' 시리즈의 막을 내리면서 지난 18일 계명대학교 총장실에서 김주영 작가, 이철우 경북도지사, 신일희 계명대 총장(가나다 순)이 모여 사투리 보존과 활성화 방안을 알아봤다.

◆사투리 연재의 성과와 의미

사회(김순재 계명대 산학인재원교수) = 사투리 연재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이 상당히 높았다고 들었다. 사투리 시리즈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으면 한다.

사투리 좌담회. 이철우 경북도지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투리 좌담회. 이철우 경북도지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철우 경북도지사(이하 이 지사) = 사투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을 통해 출신지역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매일신문에서 연재한 사투리 시리즈는 잊고 살았던 우리의 것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또 사투리를 무시하거나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사투리는 지역을 살찌우는 일이며 언어의 곳간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웅변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김주영 작가(이하 김주영) = 언어는 지혜의 등대라는 말이 있다. 등대는 목적지를 알려줌과 동시에 마음의 안도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등대가 외롭듯, 사투리 자체는 홀대 받는 등 외롭지만 우리에게 고향을 알려주고 마음의 길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등대를 잃으면 우리는 길을 잃는다. 사투리는 자기 땅을 찾을 수 있는 이정표이며, 마음의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나침판이다. 사투리를 어떻게 소홀히 대할 수 있겠는가.

신일희 계명대총장(이하 신 총장) = 무엇보다 사투리는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나이테다. 사투리를 통해 지역을 사랑하고 자신의 뿌리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기에 사투리 연재의 의미와 성과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투리는 고쳐야 되는 말인가

사회 = 취재하면서 만난 한 방송인은 '지역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사투리를 마구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지역민들 스스로가 사투리를 부끄럽게 여기고 고쳐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지사 = 중앙 위주의 강요된 표준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안동의 초등학생조차 사투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투리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경북도에서는 사투리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실천하고 있다.

사투리 좌담회. 김주영 작가.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투리 좌담회. 김주영 작가.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김주영 = 프랑스 루이 14세 때 표준말은 루이 14세 고향의 말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그 시대에 머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국토의 말이 서울말과 중화돼 사투리의 특징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돌아가신 박목월 선생님은 '사투리'라는 시에서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에 마르는 황토 흙 타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사투리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투리는 우리의 뿌리며 우리의 역사다. 자랑스럽게 생각해야하는 이유다.

신 총장 = 계명대 학생을 대상으로 '사투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90%이상이 사투리를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답했다. 사투리를 지켜나가고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사투리 보존과 확산방안 알아보기

사회 = 사투리를 보존하고 사투리 사용에 대해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대학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이 지사 = 사투리는 경북도민의 언어권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8월 처음으로 '대구 경북 사투리경연대회'를 연다.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전국 사투리를 한곳에 모아 배틀도 열어보고 싶다. 사투리 보존과 연구를 위해 위원회도 지난 4월 꾸렸다.

신 총장 = 계명대도 대구시와 경북도의 각종 사투리 연구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계명대는 지역과 함께 고장의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서 늘 노력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매일신문과 공동으로 마련한 '사투리백일장 UCC대회'도 그 일환이다.

◆'사투리' 대신 '지역(언)어'로 하자

사회 = 사투리를 연재하면서 사투리라는 단어 대신에 지역언어 혹은 지역어로 부르자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지역언어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주영 = 멋진 생각이다. 사투리라면 왠지 촌스럽고 우습다는 인상을 준다. 사투리 대신 '지역언어'라고 명명한다면 이를 보존해야할 당위성도 부여받고, 사투리가 당당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참으로 멋진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사투리 좌담회. 신일희 계명대 총장.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투리 좌담회. 신일희 계명대 총장.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신 총장 = 외국 어디에도 '사투리'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는 걸로 안다. 그냥 지역의 언어나 지역 악센트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언어라고 부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지사 = 지역분권 차원에서도 '지역어'라는 말이 훨씬 명쾌하다. 사투리를 보존해야할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사투리와 지역어를 병행해서 사용하면 어떨까한다. 친근감을 줄 때는 사투리로 이름하고, 학문적이거나 연구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지역언어'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다.

◆사투리 활용방안 찾기

사회 = 일본에서는 '실천방언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도 방언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것과 더불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가 시급한 것 같다.

이 지사 = 경북도는 자체 유투브의 이름으로 '보이소', 관광상품은 '오이소', 특산물에는 '사이소'로 이름 붙여 사투리를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사투리 생활화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구해서 경북의 캐치프레이나 상품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 총장 = 실제 생활과 함께 해야 사투리는 생명력을 얻는다. 관련 학과 교수들도 실천 사투리 연구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

김주영 = 지금도 내 책에는 등장인물들이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 주인공의 성격이나 자란 환경등을 나타내기 위해 사투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즐겨 사용한다. 1970년대 '객주'를 연재할 때 지역의 생생한 사투리를 찾기 위해 전국곳곳을 누볐는데 간첩으로 몰려 애를 먹었다. 길을 묻고 녹음하면 이상하게 여겼기 때문이다.(웃음). 사투리는 우리의 역사이고 서민들의 근력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에게 사투리란

사회 = 말의 힘이란 참으로 크다. 사투리 연재에 독자들의 관심이 큰 것도 이를 말해준다. 사투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주면 좋겠다.

김주영 = 사투리가 언제부턴가 빈 주머니 버리듯 내팽개쳐졌다. 버려진 주머니를 다시 찾아야한다. 사실 말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의 자산은 말이라고 했다. 사투리의 힘도 여기에 있다. 사투리로 주머니를 다시 멋지게 채웠으면 좋겠다.

이 지사 = 사투리 보존과 사용은 지역을 살찌우는 일이다. 사투리가 후손들에게 전달되고 확산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신 총장 = 사투리를 활용한 사투리 노래 부르기 보급에 대학이 앞장설 계획이다. 우리의 사투리로 당당하게 말하고 이를 통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사투리 좌담회 진행자. 김순재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투리 좌담회 진행자. 김순재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회 = 새벽부터 서울서 출발해 먼 길 오신 김주영 작가와 바쁜 일정에도 참석해주신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좌담회를 통해 사투리가 제대로의 위치와 자격을 획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리 = 김순재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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