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생' 내민 카카오에 엇갈리는 시선… "수수료 갑질 여전"

대구형 배달앱 '대구로'처럼 자체 플랫폼 출시 논의도

시내를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 연합뉴스DB
시내를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 연합뉴스DB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 모빌리티'(이하 카카오)가 최근 내놓은 상생 방안을 두고 택시 업계의 반응이 엇갈린다. 매출 상승에 따른 기대감을 드러낸 기사들도 있지만 과도한 수수료 갑질이 여전하다는 원성도 높다.

카카오는 지난 14일 승객이 돈을 내면 더 빨리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스마트호출 서비스 전면 폐지 등을 담은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가입 기사에게 배차 혜택을 주는 요금제 '프로멤버십' 가격을 기존 9만9천원에서 3만9천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5년간 3천억원 규모의 파트너 상생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2019년 '가맹(브랜드) 택시' 형태로 등장한 카카오 택시는 시민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가맹 택시란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 법인 택시를 모아 규격화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방식으로 '카카오T블루'가 대표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는 87개 법인 택시 가운데 52개(59.77%)가 카카오와 가맹사업을 체결하고 법인 2천800개, 개인 195개 등 2천995대의 택시가 카카오T블루 택시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T블루는 전국적으로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카카오가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카카오 가맹 택시는 2019년 513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6천465대로 증가했고, 올해는 6월까지 2만3천271대로 늘었다. 3년 만에 4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를 바라보는, 지역 택시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카카오 택시로 매출이 크게 늘어 고마운 존재라는 시각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수수료 갑질을 일삼는 공룡 기업이란 비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날 오전 카카오T 호출을 통해 대구 시내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카카오 콜이 하루 매출의 80~90%를 차지해 도로에서 손님을 찾는 '배회 영업'이 현저하게 줄었다"며 "카카오 덕분 매출이 크게 늘어 기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의 과도한 수수료 갑질이 여전하다는 원성도 많았다. 카카오 택시는 전체 매출의 3.3%를 자신들이 수수료 몫으로 일괄 차감하는데, 카카오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용객의 택시요금과 유료도로 통행료도 수수료에 포함되는 맹점이 존재해서다.

협동조합 소속으로 카카오 가맹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택시 기사는 "통행료는 매출이라고 볼 수 없고 카카오와 전혀 상관없는 금액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본사에 전화해서 따지니 '싫으면 가맹 택시를 하지 마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과도한 수수료가 문제가 되자 일부 택시운송사업자 사이에서는 대구형 공공배달앱 '대구로'와 같은 자체 플랫폼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카카오의 횡포가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견제가 가능한 앱을 만들어보자는 사업구상이 나오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로고. 연합뉴스DB
카카오택시 로고. 연합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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