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홀로 지내고 있는 한현구(가명·81·남) 씨는 이번 추석 명절도 26㎡(8평) 남짓한 원룸에서 외로이 보냈다. 50년 전 결혼과 동시에 아내가 아이를 가졌지만, 출산 과정에서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이후엔 부부싸움이 잦아지면서 결혼생활도 끝났다. 결혼에 실패하자 자신과 달리 가정을 꾸린 형제들과도 만날 자신이 없어 왕래를 끊어버렸다. 한씨는 명절 분위기 속에서 차라리 코로나19라도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오순도순 가족이 모이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덜 서글프다는 이유에서다.
한씨는 "하루 일상이 두류공원에서 사람들 구경하는 게 전부다. 추석 당일에는 손주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을 보면 괜히 서글퍼질까 봐 나가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혼자 살아 적응은 됐지만, 명절에 느끼는 외로움은 피할 수가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명절 분위기 속 외로움
추석 연휴 홀몸노인들은 쓸쓸함을 호소했다. 가족이 없는 노인들은 명절 분위기 속에서 외로움을 드러냈고, 부양가족이 있는 노인들도 코로나19로 만남을 다음 명절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평소보다 명절에 더욱 컸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 속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 4인을 포함할 경우 8인까지 가족모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가족 간 왕래가 끊긴 노인들은 '백신 인센티브'가 오히려 외로움을 가중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이 있는 홀몸노인들도 외로움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이전 명절들과 달리 가족 간 만남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로 가족 모임은 옛말이 돼버렸다.
남편과 사별로 20년간 홀로 지내고 있는 이정숙(가명·84) 씨는 "지난 설에도 작은아들 가족만 잠시 보고, 추석에는 큰아들과 딸까지 다 같이 모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들들이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고, 만약 어머니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으니 다음에 가겠다'고 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명절 전에 백신 접종까지 완료했지만, 아이들과 손주를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명절에 대면할 수 없다면 영상통화로라도 인사를 건네려는 분위기지만,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에겐 스마트폰 조작이 어렵기만 했다. 이명희(가명·84) 씨는 "최근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로 바꿨지만, 눈도 어둡고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칫 버튼을 잘못 눌렀다가 아예 먹통이 되면 아이들과 통화도 못하게 될까 봐 겁난다. 현재로선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게 전부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말동무 삼아
명절 동안 따분함을 날리기 위해 경로당과 복지관 등을 가보려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선 이 같은 시설들이 집합금지대상은 아니지만, 8인까지 모임이 가능한 탓에 9명부터는 들어가는 것 자체가 안된다. 이 때문에 홀로 명절을 보낸 노인들은 시설을 방문하기보다 텔레비전을 말동무 삼아 명절을 보내기도 했다.
대구시는 추석 연휴 기간 외로움을 겪는 홀몸노인들을 위해 심리적인 지원을 진행했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대구의 홀몸노인은 약 11만2천 명이다. 시는 이들을 위해 연휴 기간 전 사고 발생 시 민간에서 대응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체계를 구축하는 등 연휴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핵가족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홀몸노인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연휴 특별대책으로 사전에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했고, 화재경보기도 점검했었다"면서 "연휴 기간에도 맞춤돌봄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노인들을 찾아가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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