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2 매일신춘문예 심사평] 수필

'꽃눈개비 내리던 날에', '지도리', '막사발의 철학' 두고 최종 고민
심사위원: 구활(수필가), 허상문(문학평론가)

구활 수필가
구활 수필가

202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는 무려 533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최근 들어 갈수록 높아가는 수필 문학에 대한 열기를 잘 방증해 주는 결과라 하겠다. 또한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어두운 시기에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높아가는 덕분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양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깊이를 담보해주는 작품이 충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손에 남은 작품은 '꽃눈개비 내리던 날에', '지도리', '막사발의 철학'이다.

'꽃눈개비 내리던 날에'는 화자의 아이가 아끼던 장난감인 레고를 친구에게 주어버린 에피소드에 대한 작품이다. 우리 시대에 갈수록 상실되어가는 어려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새로이 생각하게 하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작품이 지나치게 사건의 서술로만 이루어져 있어 주제의 깊이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허상문 문학평론가
허상문 문학평론가

'지도리'는 여닫이문에서 문을 받치면서 회전축을 가능케 하는 '지도리'를 모티브로 하는 작품이다. 균형과 중심을 잃어가는 우리 시대에 지도리 같은 중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착상은 좋았으나, 하반부로 넘어갈수록 주제의식이 다소간에 혼돈스럽고 달팽이라는 보조관념의 채택도 작품의 주제와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막사발의 철학'은 도자기의 일종인 막사발을 통하여 화자의 형의 모습을 소환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쉽게 스쳐 지나가는 흔한 사물을 통하여 그 두께와 깊이를 생각하는 작가의 사물에 대한 형상화의 솜씨가 돋보였다.

그러나 이 작품도 수사나 묘사보다는 지나치게 서술에 치중하다 보니 명징한 문학적 언어 사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지적되었다. 이런 아쉬움을 남기며 '막사발의 철학'을 당선작으로 하는 데 심사위원들은 힘들게 합의했다.

끝으로, 기존의 여러 매체를 통하여 등단하거나 수상한 기성 작가들이 신춘문예에 다시 응모하는 일에 대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아무리 모든 분야에서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시대라고 하지만, 문학판에서만이라도 새로운 후배를 위해 길을 양보해 주는 미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선작에 축하드리며 이번에 수상하지 못한 분들도 더욱 정진하여 좋은 작가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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