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2 매일신춘문예 심사평] 동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난 기쁨
심사위원: 김일광(동화작가)

김일광 동화작가
김일광 동화작가

전국에 걸친 지역, 다양한 연령대에서 응모된 작품을 읽고 난 뒤에 온 느낌은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은 동화문학에 대한 기본 인식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동화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나 재롱을 옮겨 적는 게 아니다. 동화는 문학이 가져야 할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지니고 있을 때 그 존재 가치가 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그림형제가 첫 작품집에서 붙인 부제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였다. 어린이가 주독자인 것은 맞지만 가족이 함께 읽고 감동을 공유하는 게 동화의 특성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몇 차례 거듭 읽으며 동화문학의 본질에 다가선 작품들을 골라보았다. '머릿속에 내리는 눈', '순이', '은수 이모', '그날 서점에서', '지켜보고 있다', '실내화 도둑 사건', '가만히 젤리' 등이 끝까지 남았다.

'실내화 도둑 사건'은 인물의 심리 상태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이 자칫 평이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말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가만히 젤리'는 환경 미화원인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민이의 이야기였는데 아이들의 심리에 따른 3단계 구성법을 차용하였다. 젤리를 매개로 현실과 환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이야기 구조가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켜보고 있다'는 전염병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곳곳에 눈을 두고 사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기계적으로 오가는 담임과의 대화, 일일이 자녀의 일상에 관여하는 어머니, 지시에 길들여진 윤지와 희윤이가 보여주는 마지막 반전은 읽은 이를 통쾌하게 만들었다. 흩어짐과 모아들임이 이어지는 전개 방식과 구성은 글 솜씨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당선작으로 뽑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앞으로 더 따뜻하고 빛나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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