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기뻐도 눈물이 나오나 봅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낯선 음성이 들리는 순간 담담했던 마음에 잔물결이 일면서 머리에 냉수를 쏟아 붓는 것처럼 또렷해졌습니다. 그리고 당선을 축하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등을 가만히 토닥이면서 그동안 시조와의 동행에서 결코 쉽지 않았던 지난날의 수고에 대해 위로를 했습니다.
어릴 적 마을사람들은 마을이름을 구름다리라고 불렀습니다. 분명 운교리라는 이름이 있는데 구름다리라고 불러서 저는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목이 꺾어져라 하늘을 쳐다보며 구름다리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바라본 하늘에서 구름다리와 비슷한 구름을 찾았는가 하면 금세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떤 날은 아예 구름 한 점 없는 시린 하늘이었습니다.
산길을 걸어 논길을 지나 십리가 넘는 학교를 오가면서 구름다리를 찾던 그 작은 아이는 지금은 구름다리를 찾지 않습니다. 다만 그때 구름다리를 찾으면서 보았던 변화무쌍한 자연을 소환하고 있을 뿐입니다. 벼 익는 들판을 일렁여놓고 금세 멀리 대숲을 흔들고 있는 바람둥이 바람, 논일을 하다 잠시 오수를 즐기시는 농부의 젖은 발을 따숩게 덮어주던 햇빛, 그리고 사시사철 아무렇게나 피어났지만 그 곁에 쪼그려 앉혀놓고 바라보게 하던 들꽃들은 제 시조창작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조금씩 그것들을 빌어다 쓰고 있지만 화수분처럼 늘 넉넉히 지금도 그대로 있습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입니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외롭지 않게, 두렵지 않게 늘 함께해준 윤금초 교수님과 문우여러분, 고맙습니다. 이럴 땐 그 말의 무게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열심히 창작에 매진하라고 제 손을 선뜻 잡아주신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정경화
1963년 전남 담양 출생
호남대 대학원 한국어교육학과 졸업
호남대 언어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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