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일‧생활균형 평균 이하…워라밸 지수 전국 12위

51.4점으로 전국 평균(53.4점) 밑돌아…17개 시도 가운데 12번째
지역 내 낮은 워라밸…혼인율과 인구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市 "콘텐츠 발굴·홍보 활동 계획"

직장인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의 한 제약회사 영업직 종사자 A(30) 씨. 거래처가 곳곳에 흩어져 있고 타 지역도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퇴근시간이 오후 8시를 훌쩍 넘는다. 실적을 위해 주말에도 3~4시간가량 업무를 한다. 그는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A씨는 "거래처를 수십 군데 오가다 보면 오전 8시에 출근했더라도 집에 오면 깜깜한 밤이다. 워라밸 시간이라 불리는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시)'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면서 "실적이 곧 성과인 분위기 속에 업무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개인 여가는 못 누린 지 오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 점수'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혼인율과 저출산과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책 마련이 급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0일 '2020년 지역별 일‧생활 균형(워라밸) 지수'를 발표했다.

워라밸 지수는 ▷일(근로시간과 휴가기간, 유연근무제 등) ▷생활(남성 가사노동시간 비중, 일과 가족생활 우선도, 평일 여가시간 등) ▷제도(여성육아휴직 사업장, 초등돌봄교실 이용률 등) ▷지자체 관심도(일‧생활 균형 조례 유무, 담당 조직 유무 등) 등 네 가지 영역이다.

2020년 워라밸 지수에 따르면 대구는 51.4점으로 전국 평균(53.4점)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개 시도 가운데 12번째이며, 8개 특별‧광역시 중에선 5번째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네 가지 영역 가운데 지자체 관심도를 제외하고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다. 생활 영역은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대구는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높이고자 2016년 지자체 최초로 설립된 일가정양립지원센터(현 일생활균형지원센터)와 관련 조례가 있음에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지역 내 열악한 근로환경을 두고 청년들의 미혼율, 더 나아가 인구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가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가정과 양립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해 지역의 조혼인율(인구 1천 명당 혼인건수)은 3.5이며, 출산율은 0.8로 전국 평균(조혼인율 4.2, 출산율 0.83)보다 낮았다.

이시복 대구시의원(문화복지위원회)은 "안정적인 근로환경이 전제되지 않을 시 돌봄과 보육환경이 조성되기 힘들고, 결국 결혼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청년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높은 임금보다 워라밸이 보장된 곳을 고려하는 분위기다"면서 "지자체는 미혼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직장인들의 근무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역 내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높이기 위해 홍보 예산을 편성했다. 또 올해는 기업을 찾아가 근로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전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도 악화됐다"면서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위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고, 올해는 기업을 대상으로 포럼과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워라밸 지수가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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