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단의료 CEO] <9>김지훈 인트인 대표

의료기기 유통업으로 국내 1위→제조기업으로 사업전환
정자테스터기, 글로벌 P사와 계약 성과…세계시장 진출 박차
“5년간 1천만대까지 출고량 늘릴 것, 의료데이터 기업이 목표”

CES 2022에서 받은 혁신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지훈 인트인 대표. 채원영 기자
CES 2022에서 받은 혁신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지훈 인트인 대표. 채원영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인트인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혁신상을 받은 제품은 '오뷰 멀티 디바이스'로 호흡기 질환자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의사 진단을 받아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원격 의료 제품이다.

메인 디바이스 모듈을 교체하면서 체온·호흡량 측정, 코 세정·흡입, LED 치료, 공기 분석, 네블라이저까지 이비인후과에서 이뤄지는 통상적인 진료를 모두 할 수 있다.

인트인은 오뷰 멀티 디바이스 외에도 정자분석기, 배란분석기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대구 동구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본사에서 김지훈 대표를 만났다.

-창업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

▶13년간 의료기기 유통업을 하다가 7년 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직접 개발해 생산하는 인트인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기기 소매상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21살부터 의료기기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인트인의 전신인 종로의료기는 의료기기 유통 분야에서 국내 선두를 달리는 업체였다. 하지만 다른 회사 브랜드를 유통하는 일이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느꼈고, 제품을 직접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전환을 했다.

-사업전환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유통업을 할 때는 위탁생산만 해봤지 직접 제품을 만들어본 적은 없어서 힘들었다. 그러다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기술개발 의뢰로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왔다. 대구시 또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셔서 자리를 잡았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대구에 살았는데 26년 만에 유턴했다.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는가?

▶오뷰 멀티 디바이스는 원격진료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이비인후과 데이터를 앱으로 보내면 전문의가 판단해 처방한다. 모든 치료과정을 데이터화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의사 처방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를 높여 원격진료 제품의 약점을 보완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CES에서 글로벌 기업과 체결한 계약이 화제가 됐는데?

▶인트인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은 개발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노력한 결과 최근 글로벌 소비재 기업 P사에 2천500만달러 규모의 정자 테스터기 납품 계약을 완료했다. 의료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에 바로 납품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계약 1년 전부터 일주일에 2~3회씩 미팅을 하면서 P사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부분이 앞으로 자사의 세계시장 진출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2년의 협상 끝에 체결한 P사와의 계약은 올해 상반기 내 선적이 시작된다.

CES 2022에서 받은 혁신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지훈 인트인 대표. 채원영 기자
CES 2022에서 받은 혁신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지훈 인트인 대표. 채원영 기자

-인트인 제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난임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난임의 약 40%가 남성의 문제로 확인되고 있는데, 정작 국가의 난임 정책은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남성의 경우 난임검사를 목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을 민망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인트인의 정자분석기는 가정에서 쉽게 정자 수, 활동성을 전용 디바이스와 앱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알려준다. 이상이 있다면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 상담을 받으면 된다. 여성의 타액을 이용한 배란분석기는 기존의 소변 테스트기보다 24시간 일찍 배란일을 알 수 있다. 공간과 시간에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인트인의 세계시장 진출 현황은 어떻게 되나?

▶인트인 제품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22개국에 납품을 완료했거나 계약을 마친 상태다. 배란분석기와 정자분석기는 2019년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러시아 및 CIS국가(옛 소련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에 2등급 의료기기 제품허가를 받고 현지 제약회사와 협업을 통해 진출을 시작했다. P사와의 계약 물량은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 7개국에 우선적으로 판매가 시작된다. 이외에도 10여개국의 바이어와 5개 글로벌 회사와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간의 어려움이나 우여곡절이 있었다면?

▶처음 정자분석기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거 왜 만들어요?", "누가 이런 걸 써요?" 이런 얘기였다.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고, 정말 필요한 제품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편견 어린 시선과 싸울 때는 속상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력 1위 기업을 목표로 달려오다 보니 지금은 그런 시선이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구 의료산업 성장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기업이 성장하려면 중간 관리자급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역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신진 인력 프로그램은 있는데 지역기업이 중간급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명품을 만들려면 하이클래스 기술진이 중요한 만큼 중간 관리자급 인력을 지역으로 데려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인트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의료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은 시중에 거의 없다. 향후 5년간 계약을 완료해 출고할 기기가 200만대를 넘는다. 1차 목표는 1천만대까지 출고량을 늘리고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의료데이터 회사'로 발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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